국회의장 중재에도 정상화 '실패'…민생법안 처리-예산 일정 차질
  • ▲ 국정화 확정고시 반대 투쟁을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3일 새벽 국회 로텐더홀에서 잠을 자고 있다. ⓒ뉴시스
    ▲ 국정화 확정고시 반대 투쟁을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3일 새벽 국회 로텐더홀에서 잠을 자고 있다. ⓒ뉴시스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정화 확정 고시에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흘째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모든 국회 의사일정이 멈춘 것이다.

    특히 야당의 투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면서 민생법안 처리는 물론 예산안 처리 시일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대 국회가 일은 안하고 정쟁만 벌이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이 나온다. 5일 예정된 본회의마저 무산되면서, 86일째 법안 처리를 한 건도 못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일 안하는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를 놓고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후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을 보이콧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에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회동에서 "오늘 여야 합의하에 본회의를 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 교과서 문제로 본회의가 계속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의장으로서 걱정이 안될 수 없다"며 "특히 예산안도 지난해와 같이 12월2일에 법정시일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19대 국회의 마무리가 잘 되도록 여야 대표가 잘 협조해달라"며 "원내대표들간 논의를 잘 해서 빠른 시일 내에 본회의가 열릴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전격적인 유신헌법, 이후 긴급조치를 발령한 것과 같은 상황인데 예정된 국회를 제대로 진행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국회 정상화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야 합의가 실패함에 따라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과 계류 중인 각종 법률안 처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민생을 볼모로 잡는 투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투쟁방식으로는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은 "의회민주주의로 가야하는 상황에서, 장외투쟁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19대 국회의 의회기능이 상실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산적한데 19대 국회 일하지 않고 싸우기만 한다"며 "이런 야당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 승리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야당의 반대로 발이 묶인 법안 중에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치료감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교통산업발전법,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 등이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처리가 급한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문 대표가 10.28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내부 책임론 및 리더십 부재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민생을 볼모로 강경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경태 의원은 전날 TV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정화 문제를 대두시켜 문 대표의 리더십 부재 문제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는 거짓말 교과서'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제1야당의 대표의 입에서 국정교과서는 거짓말 교과서라는 표현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한심스럽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