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회담 제안 이어 출마 논란..."의장 격 떨어뜨렸다" 비판 쇄도
  • 최근 정의화 국회의장이 20대 총선에서 또 다시 출마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6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 2004년 이후 국회의장은 의장 임기를 마치면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정계를 은퇴하는 게 정당의 관례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이 끝이 없다"는 비아냥에서부터 선거구 개편으로 20년간 공들인 지역구가 쪼개질 위기에 처하자 지역구를 지키기 위한 발언이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 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에도 부산 중·동구에서 출마하시는 걸로 알면 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부산 중·동구가 내 지역구인데 출마하는 게 당연하다"며 전직 국회의장들에게 비례대표를 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 내부에서 정 의장의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정 의장의 행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적잖이 나온다. 국회의장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의장으로 밀어줬더니 마지막에 뒤통수를 치려고 한다는 강도 높은 비난마저 감지된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 의장의 출마 발언을 듣는 순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 이럴 수도 있구나. 정신적 공황상태가 찾아온 것처럼 크게 한방 맞은 것 같았다."

    전직 의장들의 관례를 깨면서까지 출마선언을 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당내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매우 안 좋다. 김무성 대표의 반응이 당원들의 입장을 적절하게 대변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해 "난해한 이야기를 (했다). 연구를 좀 해봐야 겠다"며 "혼자 외롭게 계시니까 별의별 연구를 다하셨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특히 전직 국회의장에게 비례대표직 공천 제안에 대해 "처음듣는 이야기라 말을 못하겠다"며 "깊이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 의장이 무리한 주장을 했다는 비판이었다.

    정 의장이 지나친 욕심 발언으로 입법부 수장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물론 행정의 최고인 총리나 사법부의 수반인 대법원장 등은 그것으로서 명예의 최선을 다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최정상까지 갔던 세 분은 대통령을 나가지 않는 한 국회의원에 또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이어 "역대 의장님들이 왜 더 이상 출마하지 않았겠느냐. 보편적인 기준이 그렇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의장이 이 보편적 기준을 뛰어넘겠다고 무리한 주장을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장 출마 논란으로 정 의장의 과거 언행도 새삼 비판의 대상에 오르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최근 정 의장이 북한을 향해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뒤늦게 터져나온 것이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를 상대로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를 만나겠다고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과연 합당한 주장인지 의문이 간다"며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우리 국회와 같은 급수로 봐야 하는지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우리 국회의 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이 될 수 있다"며 "국회의장으로서 그런 무리한 주장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당에선 정 의장이 정치권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출마 카드를 언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중·동구가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지키기 위해 '내가 출마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 ▲ 정의화 국회의장.ⓒ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의화 국회의장.ⓒ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 의장의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인구하한선 기준을 맞추지 못해 통폐합될 상황에 놓여있다. 중·동구가 두 개로 쪼개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역구인 부산 서구와 합쳐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부산의 영도 서구 중동구 등은 다 유권자 미달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영도와 서구에서 중구와 서구를 나눠가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정 의장의 출마 발언이 나온 것을 보면, 그 지역 의원들이 잠자는 호랑이의 콧털을 건드린 셈"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정 의장 측은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서, 경고성 의미의 발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장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1일 라디오 방송에서 그렇게 발언한 배경은, 정 의장의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를 갖고 인접 지역에서 떼어내서 하한선을 채우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단호하게 말한 것"이라며 "의장의 출마여부가 결정된 것이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전직 의장에 대한 비례대표 부여 발언에 대해서는 "의장은 평소 국회가 항아리 구조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해 줄 원로급들이 많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하나의 방안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의장 출마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으로서 국민 심판을 받겠다는 자유 의사가 아니겠느냐"면서도 "그런데 의장은 다시 출마 안 하는게 최근 정당의 관례화가 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역구 잡음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고, 지역구민의 반응을 떠보려는 발언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혹여 출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염두해 둔 발언이라면, 국회의장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무시한 채 자기논리만을 펼쳤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