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서 金을 선물할 수 없는 이유

    돌이 되면 옷을 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풍습…
    "금반지를 주는 사람은 전혀 없다. 金은 최고지도자에게만 허용된다."


    박주희(뉴포커스)

  • ▲ 골드바(자료사진). ⓒ 조선닷컴DB
    ▲ 골드바(자료사진). ⓒ 조선닷컴DB

  북한에서는 '선물'이라는 표현을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최고지도자에게만 국한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에게서 받은 물건일 경우에는 '선물'이라는 표현이 허용된다.
  
  남한에서는 첫돌에 아이를 위한 선물로 '금반지'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북한의 첫돌에 아이가 받은 물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2013년 탈북한 평성 출신 김혜순 씨는 얼마 전 지인이 초대한 돌잔치에 참석했는데,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하며 금반지를 선물하는 풍경이 낯설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서는 돌 생일에 금반지를 선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북한에서는 돌이 되면 옷을 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풍습"이라고 했다. 돈으로 부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옷을 준다고 했다.
  
  김혜순 씨는 북한에서 조카의 돌잔치를 치렀는데, 조카의 첫 생일을 축하하며 김혜순 씨는 부식물을 준비하고 예쁜 옷과 머리리본을 선물했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금반지를 주는 사람은 전혀 없다. 금은 최고지도자에게만 허용된다."
  
  김혜순 씨는 "남한에 와서 보니 돌잔치 때 거의 대부분이 금반지, 금팔찌 등을 선물하더라. 심지어 백일잔치를 할 때도 금반지를 선물한다고 했다. 신기했다. 북한에서는 금으로 된 것을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준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사금채취를 해서 국가에 바치거나 금은 비싼 값으로 쳐주니까 팔아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북한에서 금은 몸에 두르는 개념이 아니라 바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2014년 탈북한 혜산 출신 이옥희 씨도 돌잔치에 가장 많이 받는 물건이 옷이라고 증언했다. 이옥희 씨는 "옷이 몇 개 들어왔는가는 해당 가정의 영향력을 나타낸다"고 했다. 돌잔치를 할 때 옷을 받으면 이불장 앞에다가 밧줄을 널어놓고 여기다가 받은 옷들을 모두 진열한다고 했다.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옷이 몇 벌 걸려있는가를 눈으로 세어본다. 옷을 주게 되면 그만큼 자랑할 거리가 생기는 것이라서 부모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옥희 씨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돌잔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으레 옷을 주는 것으로 여긴다"면서 "옷이 가장 기본적인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금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일반인 사이에서 주고받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에 대해서만 금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한 탈북민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태양궁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사치스럽다고 증언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손잡이가 금장식으로 되어있었다는 점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일가 우상화를 위해 시체를 보관한 곳에 금으로 치장하고 또 지역마다 위치한 동상에 금칠을 감행했던 북한이다. 죽은 김일성·김정일 선전을 위해서는 금으로 치장을 하지만 살아있는 북한주민의 첫 생일에는 금선물이 허용되지 않는 북한. 이옥희 씨는 "시체를 보관한 금수산궁전에는 금으로 치장을 하며 온갖 사치를 부린다니 억이 막힌다"고 말했다.
  
  반면, 2013년 탈북한 평양 출신 이인희 씨는 조금 다른 의견을 전했다.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개인에게 금반지를 선물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세 쌍둥이·네 쌍둥이를 출산했을 경우 나라가 흥한다는 김일성의 교시 때문에, 이들에 대한 당의 특별배려로 금반지와 은장도를 선물한다"고 했다. 금반지를 선물해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어머니당이라고 불리는 최고지도자뿐인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존엄은 '금'이라는 상징적인 최고 가치로 표현되고 있다. 
  
  김혜순 씨와 이옥희 씨는 북한에서 금은 수령에게만 허용되는 재료라서 돌잔치는 물론 개인에 대한 금 선물은 불가능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특히 이옥희 씨는 "가장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은 마음은 남북한이 같을 텐데, 아직도 고향의 친구들은 돌잔치 때 금반지를 해준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