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의 '경상도 동메달 발언' 사과 요구에는 능숙히 대응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축구공을 차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축구공을 차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면전에서 사과 요구가 제기된 '수도권~영남권 갈등'을 그 자리에서 풀어버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친박~비박 갈등'도 이렇게 술술 풀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5일 오전에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난데없는 아리랑 타령이 울려퍼졌다.

    이병석 의원(경북 포항북)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 대구·경북 버리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라고 '아리랑 타령'을 읊었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13일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병석 의원은 이 발언이 "520만 대구·경북민들을 비하한 것으로, 20대 총선 심판론까지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라며 "김무성 대표는 경상도 동메달 발언에 대해 먼저 진정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면전에서 사과 요구를 받은 김무성 대표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병석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계속 메모를 하고, '아리랑'을 부를 때에는 웃음까지 보였다. 다음 발언 순서였던 이인제 최고위원도 "아리랑 잘 들었다"고 능숙하게 받아넘겼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 중진의원들의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추가 발언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80% 지지율을 몰아준) 대구·경북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서 그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새누리당이 내년에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고육책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취재진을 바라보고 웃으며 "뭐 부족하느냐. 빨리 나가달라"더니 이병석 의원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악수를 했다. 취재진의 스트로브가 일제히 터진 것은 물론이다.

  • ▲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향해 사퇴를 요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향해 사퇴를 요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김무성 대표가 '영남권~수도권 갈등'은 수월하게 다스렸지만, '친박~비박 계파 갈등'의 해법은 요원해 보인다.

    비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 "스스로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두언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국회의원을 권력자의 공천 굴레에서 풀어줘 정치 행태를 바꾸는 것은 맞다"면서도 "기존 중앙당 및 당대표직의 폐지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당연한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김무성 대표가 기존의 중앙당 체제와 당 대표직을 고수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자기 주장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현 지도부를 폐지하고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나아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와 원유철 원내대표 합의 추대는) 해괴망칙하고 파렴치한 일"이라며 "수평적 당청 관계 부인은 30년 전 민정당으로의 회귀"라고까지 했다.

    김무성 대표를 넘어서 친박 핵심까지 직접 포격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로 이어진 친박~비박 간의 분열을 간신히 봉합한 김무성 대표에게 뼈아픈 일격을 날렸다는 평이다.

    이처럼 친박~비박 간의 계파 갈등이 외형상으로만 봉합된 것처럼 보일 뿐 수면 아래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게 분명해졌다. 내년 총선과 후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 계파 갈등을 진화해야 하는 입장인 김무성 대표에게는 숙제가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