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에 원내대표 거취 논란까지 겹치며 논의 지연...패스트트랙도 여의치 않아


  • 국회에서 10년째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은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6월 임시국회 처리는 이미 물 건너갔다. 야당이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던 마당에 여당마저 원내대표 거취 논란으로 내홍을 겪으면서다. 

    7월 임시국회에서도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온통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국회에서의 북한인권법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새누리당 지도부는 북한인권법을 19대 국회 회기 내 처리를 목표로 
    신속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후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간 심사한 뒤 법사위로 넘어가 다시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회부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하기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외통위 여당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면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늦어도 올해 4월쯤엔 추진했어야 했다"며 "결국 그 방법은 물 건너갔고, 남은 것은 여야 합의 처리 방식"이라고 말했다. 
  •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을 집회에서 한기호, 조명철 의원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을 집회에서 한기호, 조명철 의원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동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여야가 각각 단일법안으로 발의한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증진법안을 하나로 묶는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야당은 대북 전단 살포 단체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의 개소를 계기로 여야가 조속히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듯했지만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이 다른 탓에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지난달 30일 'UN북한인권서울사무소 개설과 북한인권법 제정'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새정치연합은 북한 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인권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북한 정권에 대한 지원법이나 다름없는 북한인권증진법을 내놓고는 (북한인권법 제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을 집회에서 한기호, 조명철 의원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북한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심윤조 의원은 9일 기자와 통화에서 "야당 내부에서 법안 처리를 위해 진지하게 협의에 임하겠다며 패스트트랙을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했다"며 "야당도 나름대로 성의를 갖고 협의에 응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어 "우리 
원내지도부가 공석이 되는 과정에서 북한인권법 처리 논의가 다소 지연됐다"며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야당도 최대한 성의를 갖고 임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의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9월 국회 해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외통위 소속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도 "여야의 기본적인 의견 차이가 많이 좁혀지면서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다"면서 "이르면 
7월 임시국회에서, 늦어도 9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통과도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지만 일각에선 내년 총선이 다가올 수록 법안 통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인권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총선을 의식해 법안에 반대할 의원들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인권 개선 문제는 이제 우리 
국민을 넘어 세계인의 보편적 가치로 대두되고 있다"며 "특히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야당도 야당도 북한인권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야당은 17대 국회부터 
선거 때마다 북한인권법 처리에 합의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 3번 째로 허언을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겠는가. 19대에서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고, 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