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는 없애고 왜 당대표는 그대로?" 당내 혹독한 비판 쏟아져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2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발표한 2차 혁신안에서 최고위와 사무총장 등을 폐지하면서도 당대표의 기득권은 조금도 내려놓지 않는 방향을 제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 각 계파의 대표나 대리인들이 최고위에 들어와 계파 갈등을 일으키니, 아예 최고위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발상이다. 아울러 사무총장 또한 계파 갈등의 원인이 되니 그 권한과 기능을 쪼개버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계파 갈등의 핵심인 당권을 쥐고 있는 당대표는 과거 총재(總裁) 시절처럼 당무를 전횡할 수 있게 돼 의아함이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혁신위원들과 함께 2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풀리지 않는 매듭은 자르는 게 맞다"며 "계파의 권력 배분과 힘겨루기 장으로 변질된 현행 최고위원제를 폐지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계파 갈등의 상징이 된 사무총장제도 폐지한다"며 "총무본부장·조직본부장·전략홍보본부장·디지털본부장·민생본부장의 5본부장 체제로 개편하고, 본부장은 공천기구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또한 100%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하되, 평가위원장은 당대표가 임명하고 위원도 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당대표가 임명하기로 했다.

    다른 직위는 폐지하거나 기능과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인데, 유독 당대표의 권한만 그대로 남았다. 특히 당대표와 함께 최고위원회의를 구성하면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의 인선을 의결하고, 공심위 구성을 심의하던 최고위원제가 폐지됨으로써 마치 과거 당 총재 시절처럼 대표가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길을 열어젖혔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미 2차 혁신안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은 이날 혁신안 발표 직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고위를 지역·세대·계층으로 나눠서 하면 내부의 갈등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반목과 질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상호 간의 이해 충돌 시에도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무총장 폐지에 대해서도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사와 운영의 문제"라며 "본부장 체제로 분리된 자리 중 핵심적인 자리에 전부 친노를 앉혀버리면 사무총장 권한을 분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2차 혁신안을 발표한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 밖 복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혁신위 관계자들은 당대표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을 입맛대로 임명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답변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8일 2차 혁신안을 발표한 직후, 국회 기자회견장 밖 복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혁신위 관계자들은 당대표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을 입맛대로 임명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답변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나아가 "혁신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은 친노계파 청산인데,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혁신 과제로 삼지 않고 아주 특별하지도 않고 변죽을 울리는 데 불과한 내용을 혁신안으로 발표했다"며 "친노패권주의를 더욱 강화·유지하기 위한 술책"으로 평가절하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날 종합편성채널 MBN에 출연해 "최고위는 지금도 대개 보면 대의원·당원들의 선택에 따라 지역·세대 등을 감안해 선출된다"며 "청년·여성·노인 등이 만약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지 않으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커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무총장은 특정인 인사 때문에 파벌 (갈등)이 극심했던 것인데, 그렇다면 그 때 그 분을 지명하지 않는 게 좋았다는 의사를 표명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그 때 막았어야지, 지금 사무총장을 폐지한다고 하면 세월호 잘못됐다고 해경 폐지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2차 혁신안에 대해 "조직을 모르는 사람들의 안(案)"이라며 "당은 집합체로서 움직이고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서 최고위를 구성하는 것인데, 최고위만 없애고 왜 당대표는 그대로냐"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당대표가 외부인사 전원을 임명하도록 돼 있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에 대해서도 "완전히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당대표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을 자기 입맛에 맞는 외부인사들로 채우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민과 당원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지켜지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 본다"고 낙관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비노계 당직자는 "친노 운동권 혁신위라는 말이 있었지만, 발표된 혁신안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딱 그 수준"이라며 "(선출직공직자평가위는) 지금까지 쭉 그래오지(친노 지도부가 자기 입맛에만 맞는 사람들을 임명해오지) 않았느냐"고 개탄했다.

    당의 지도체제를 전면적으로 갈아엎는 수준의 혁신안을 발표한 혁신위는 오는 20일 열릴 새정치연합 중앙위원회에서 이를 상정, 의결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당내 검토와 토론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채 2주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혁신위의 2차 혁신안이 '기대 이하' 수준이 아니라 '역주행'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혁신의 미비를 전제로 물밑에서 전개되고 있는 야권 재편·신당 창당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혁신안이 산으로 감에 따라 신당 창당의 움직임이 조기에 가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이미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와 유승희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로 삐꺽거리고 있는 현행 최고위에 추가 이탈자가 나오면서 지도부가 완전히 형해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