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이용득·이목희·은수미·하태경 입모아 '방미 연기' 주장
  • ▲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8일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이 8일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중순부터 미국 순방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방미 연기론'을 내세우고 있어, 국사(国事)의 경중(軽重) 판단의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은 5일 열린 최고위원~메르스대책특위위원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인가, 아니면 미국 방문이 우선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명직인 이용득 최고위원도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며칠 후에 박근혜 대통령은 외국에 나간다"며 "어느 정도 (메르스가) 잡히면 (미국에) 나가고, 아니면 나가지 마시라"고 배턴을 넘겨받았다. 특히 이용득 최고위원은 "외교적 결례라고 생각하는가"라며 "그러면 국민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인가"라고 극단적인 논리를 전개했다. 

    같은 당의 이목희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 출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한 긴급현안질의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난 정부의 책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정부의 국민 사랑을 찾을 수가 없다"며 "미국 방문 일정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미 연기 주장은 심지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무관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도 제기됐다.

    은수미 의원은 같은 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황교안 후보자를 향해 "국민들이 메르스와 관련해 준전시, 거의 전쟁 상황인데 전쟁의 사령관이 전장을 떠나겠다고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통령이 방미 예정인데, 미국 방문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가"라고 추궁했다.

    나아가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2~6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 있느라 총리대행인데도 자리를 비웠다"며 "후보자가 만에 하나 총리가 된다면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냐"라고 힐난했다.

    야당 일각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로 여겨졌던 이러한 주장에 심지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동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동에서 "대통령 방미 연기를 검토할 때"라며 "최소한의 국제적 매너로는 4일 전쯤에는 연락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수요일에 연락해야겠다"고 구체적인 연기 스케쥴(?)까지 제시했다.

    이도 모자라 "심각한 상황이니 미국도 국내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내에서 메르스를 대처하는 데 앞장서는 의지를 보여줘서 국민들을 안심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ABC를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대신이 미 상하원에서 합동 연설을 한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메르스 위협보다 심각한 것이 동북아 국제질서의 재편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위협"이라며 "북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 소형화·경량화한 핵탄두를 탑재해 배후지인 부산에 발사한다면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도 남아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관계자도 "정치권이 단체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까지 미뤄야 한다면 그 기간 동안 대통령은 밤낮없이 메르스 병문안만 다녀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나아가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얼마 전 종합편성채널에 나와 대통령이 메르스 발생 병원에 다녀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더라"며 "박지원 전 대표가 옳은 말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