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에티켓 지키는 게 더 중요”, ”기저질환 없다면 큰 문제 안 돼“
  • ▲ 지난 4일, 오후, 서울 명동 중심가의 모습. 메르스 공포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명동 중심가의 모습. 메르스 공포에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이하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 확산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어설픈 초기 대응과 부정확한 정보의 양산, 여기에 근거 없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메르스 정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 카페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파문이 진정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의료기관과 소속 의료진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메르스 공포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이 메르스 확산의 책임자처럼 취급받고 있는 현실은, 메르스 공포가 만들어낸 또 다른 비극이다.

    국내 메르스 첫 감염자를 확진한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앙처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첫 메르스 확진자 A씨의 감염사실을 확인해, 메르스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아낸 일등공신이지만, 현재 처한 현실은 사뭇 다르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14번 확진자를 통해 병원 의료진과 다른 환자, 병문안을 온 가족 등이 잇따라 감염 확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14번 환자를 비롯한 추가 감염자와 접촉한 의료진 모두가 격리조치되면서,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는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지만,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메르스는 과연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극심한 공포의 대상일까? 정말 두려운 것은 메르스 자체가 아니라 메스르를 대하는 국민들의 공포심이며, 이를 자극하고 선동하는 우매한 언론의 못난 행태가 아닐까?

    본지가 취재한 국내 감염질환 최고의 전문의들은 하나같이, 현재의 메르스 공포는 과장됐다고 말하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와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의 괴담 유포가 더해지면서, 진실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 감염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취재 중에 만난 서울 대형병원 감염내과 A교수의 인터뷰는, 전문가가 바라보는 메르스 공포의 진실과 거짓을 그대로 보여준다.

    본지는 메르스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자, 익명을 전제로 국내 최고의 감염내과 전문의 중 한 사람인 A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국민들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메르스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되는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발생이 보고된 적이 없어서 위험성은 속단하기 이르다. 중동지역에서 주로 중증 환자들의 임상자료가 발표됐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사망 가능성이 낮다.


    메르스 공포가 퍼지면서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학교가 무더기로 휴업을 하고 있는데, 적절한 조치라고 보는가?

    과잉대응이라 생각한다. 메르스 환자가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병원이라는 역학고리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사람끼리 만나서 메르스가 탄생할 수는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잉대응이라고 본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10대 환자(67번 확진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10대 학생이 확진을 받으면서 학부모들이 흥분한것 같다.

    복지부 발표를 보면 원래 병원에 다니던 학생으로 응급실에서 노출이 됐다. 14번 환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된 것이다.

    노출 초기부터 계속 병원에서 격리된 상태로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로의 전파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


    시민들이 지하철도 안타고 야구장도 안 간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잠재적으로 결핵이나 이런 바이러스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도 만날수 있는 결핵은 걱정하지 않으면서, 접하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너무 과장돼 있다.

    메르스 환자는 워낙 증상이  심해서, 전파력이 강한 시기에는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아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데, (일반 국민들이) 버스도 안타고 야구장도 안가고 그러는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본다.

    의심환자와의 접촉자를 격리하는 것도 문제다. 격리할 필요 없고, 미국도 그렇게 안한다. 증상이 발현된 확진자를 격리하고 관리해야하는데, 괜히 겁먹어서 그러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의심환자와의 접촉자를 감염자나 환자 혹은 전파자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 ‘2013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3년 국가결핵감시체계로 보고된 결핵신규환자는 3만6,089명이며, 같은 기간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2,230명이다.)


    35번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가 감염사실을 모르고 재건축조합 행사에 갔고, 서울시는 행사에 참석한 1,500여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적절한 조치인가?

    서울시가 오바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보건당국 조치(행사 참석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한 대응)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행사 참석자들이)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다가 감염환자에게 노출된 것도 아닌데, 서울시가 너무 과잉대응에 나선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염성은 조심해야하지만 과잉은 과잉이다.


    국민들이 메르스를 어떻게 생각하면 될까?

    일반인들은 크게 걱정할 것 없다. 평소에 우리가 너무 무시하고 살았던 ‘기침 에티켓’에 대한 교육과 인식이 이번 기회로 많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기침 에티켓’만 잘 지켜져도 메르스 전파 가능성은  훨씬 낮아질 것이다. 물론 지금 메르스는 병원에서 발생했지만.

    더불어 환자 분들은 병원에 가면 다른 병원에 다녔던 방문 이력을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는게 많은 도움이 된다.


    메르스를 독감과 비교한다면?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폐렴으로 가는 것으로 봐서는 독감보다는 중증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들이 대부분 중증환자들이기에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맞다.

    그러다보니 사망률이 30~40% 된다고 보도되는데, 중동에서도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감기나 독감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건강한 사람들은 기침 에티켓 지키고, 손발 잘 씻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