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 대화 없이 침통한 표정과 굳은 침묵 속에서 분향·헌화·묵념 마쳐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침통한 표정과 굳은 침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침통한 표정과 굳은 침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궂은 날씨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말이 없었다.

    전날 오후, 7년 만에 다시 찾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각을 세운 이튿날이라 심경이 더욱 복잡한 듯 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18일 오전 9시, 주승용·정청래·전병헌·오영식·유승희·추미애 최고위원과 양승조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대동하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상록수'의 변주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 전원은 분향·헌화·묵념이 이뤄지는 동안 일체 서로 간의 대화 없이 침묵을 지켰다.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던 문재인 대표는 먼저 분향과 헌화를 한 뒤, 뒷줄에 서 있던 최고위원들이 뒤따라 헌화를 하는 동안 안경을 벗어 빗물을 닦은 뒤 눈 주위를 훔치기도 했다.

    "화장하라. 아주 작은 비석을 세워달라"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세워진 '아주 작은 비석' 너럭바위 앞에 서서 재차 묵념할 때에도 굳은 표정과 침묵은 계속됐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묵념한 뒤, 최고위원들이 헌화하는 동안 안경을 벗어 눈 주위를 훔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묵념한 뒤, 최고위원들이 헌화하는 동안 안경을 벗어 눈 주위를 훔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참배를 마친 당 지도부가 방명록으로 이동할 때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방명록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던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님의 정신을 역사 속에서 되살리겠습니다"라고만 적었다. 전날 있었던 청와대 회동을 마친 뒤의 고민과 상념이 그대로 묻어난 듯한 내용이었다.

    문재인 대표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공식 참배는 지난달 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설 연휴 때 개인적인 참배는 있었지만, 당 지도부를 대동한 것은 대표가 된 이후 처음이다. 전당대회 이튿날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은 물론 이승만 박사,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두루 참배했으나, 정작 가장 인연이 깊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의 공식 참배가 늦어졌다.

    그 동안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을까. 굵어지는 빗방울이 문재인 대표의 심경을 드러내는 듯 했다.

    이러한 문재인 대표의 마음은 고인의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 사저를 방문했을 때 여실히 드러났다. 문재인 대표는 권양숙 여사를 만나자마자 "지도부가 구성되고 공식적으로 참배 온 것은 처음"이라며 "많이 늦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권양숙 여사는 "하나도 늦을 줄 모르고 좋기만 하다"며 "내 마음이 항상 그 쪽에 가 있으니 안 와도 온 것이나 진배 없다"고 화답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정신을 역사 속에서 되살리겠습니다]라고 기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정신을 역사 속에서 되살리겠습니다]라고 기재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어 참석자들은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을 화두로 대화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도지사 한 사람 때문에 급식 문제가 좌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중앙 언론에서 잘 안 다뤄져서 경남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하기로 하니, 언론에서도 다루고 전국적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식비가 아이 두 명이면 적어도 10만 원인데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홍준표 지사도 어렸을 때 수돗물로 배를 채울 정도였다던데 배고픈 서러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홍준표 지사가 중앙에서 정치하다 지방에 왔다"며 "아이들 급식 문제로 대권놀음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권양숙 여사는 "무상이라는 이름이 공격받기 딱 좋다"고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간 뒤 "요즘 최고위원회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자리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국민들이 다들 든든하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의 중도·민생·경제 행보를 높이 평가하는 방향으로 화제를 돌렸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우리가 오랫동안 (국민들 시각에) 조마조마하게 비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잘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