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탓 따지지 말자' 발언이 대세… 지난해 7·30 직후와 대조적
  •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4·29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해 새정치연합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관악을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정태호 후보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4·29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해 새정치연합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관악을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정태호 후보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주승용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중 최다 득표를 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30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부터 책임지겠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으로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가 내부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평의원일 때는 지도부가 물러나는 게 만능이 아니며 우리 당의 고질병이라 생각했다"면서도 "정작 지도부가 되고 나니, 나라도 책임져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주승용 의원실 관계자도 이날 〈뉴데일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뭐라고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어쨌든 (주승용 최고위원이) 재보선 패배 이후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중을 갖고 계셨던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김한길 전 대표·박지원 전 원내대표·박주선 의원 등도 재보선 참패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면서 새정치연합은 내홍 확산과 수습으로 가는 중대한 갈림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극히 긴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는 김한길 전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 책임론은) 내가 할 말이 아니다"라면서도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겨야 하는 선거를 졌다"는 말은 김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31일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선언을 하면서 첫머리에서 말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나는 그런 (책임론)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으면 안 되고, 어떤 방안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친노(親盧, 친노무현) 계파를 맹공격했던 박주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재보선) 결과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현실 진단을 제대로 하고, 광주와 호남의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지적들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축하와 함께 경고한다"며 "우리 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사실상 책임론을 일축하면서 거취 문제에 대해 함구한데 따른 '비판 여론'으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대표 자신이 계파의 수장으로 있는 친노 세력이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 이후 벌떼처럼 일어나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해 김한길~안철수 체제를 무너뜨린 과거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모순에도 불구하고, 이날 의원총회의 모습은 지난해 7·30 재보선 참패 직후와는 대조적이었다. 많은 의원들은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의사를 만류하면서 네탓 내탓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대안을 차분히 마련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일 의원은 "사퇴하게 되면 또다시 비대위를 꾸려야 하는데, 그것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평가는 명확히 하되, 사퇴는 무책임한 일로 안 된다"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은 "사퇴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차분히 길게 평가하고 반성하자"고 제안했다.

    유인태 의원은 "사퇴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으며, 설훈 의원도 "물러난다는 각오로 명확히 (선거 반성과 평가를) 해야지, 물러나버리는 것은 안 된다"고 가세했다.

    이처럼 의원들의 거듭된 사퇴 만류 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주승용 최고위원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의지로 나라도 사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만 했을 뿐 사퇴 의사 철회 여부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행한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의원들이 '철회 권고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말했을 때 (주승용 최고위원이) 아무 말씀도 없었다"며 "의원들은 철회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서영교 대변인은 "그날 사퇴의 뉘앙스를 밝히시고, 바로 지금 철회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일 아니냐"며 "(철회 권고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말씀하신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긴급 의총에서 마지막 마무리 발언을 한 문재인 대표는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라는 것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물러나게 되면 (당이) 표류하기 때문에 통합·단합해서 국민으로부터 더 지지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게 진정 책임지는 자세라 생각한다"고 강조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좀 더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긴급 의총은 '야당 텃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의 패배 때문인지 매우 침통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서영교 대변인은 "시작 발언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진지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은 5·7 원내대표 경선 직후 워크숍을 열어 재보선 반성과 함께 대안을 수립하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와의 독대 과정에서 제시한 '원내대표 합의 추대' 제안은 이날 의총에서는 전혀 거론되거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