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현대정치사 전환점 5.16 계획..건축사적으로 보존가치 인정"
  • ▲ 복원 공사가 끝난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전경.ⓒ 뉴데일리DB
    ▲ 복원 공사가 끝난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전경.ⓒ 뉴데일리DB

    "여기가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살던 곳이었다구요?"

    17일 오후 봄바람이 불어오는 서울시 중구 신당동 62-43, 박정희(1917~1979년) 전 대통령 가옥(등록문화재 제 412호).

    박 전 대통령이 1958년부터 4년간 거주했으며, 5.16을 계획했던 역사적인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곳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살았다.

    박 전 대통령의 문패가 걸려있는 단층 주택, 짙은 녹색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니 고 육영수 여사의 사진 조형물이 반겼다.

    집안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차양이 드리워진 목재 마룻바닥에 올라서니 육 여사가 외빈을 맞던 응접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 ▲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응접실.ⓒ 뉴데일리DB
    ▲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응접실.ⓒ 뉴데일리DB

    응접실 한켠에 걸린 '신이심정(神怡心靜: 정신이 온화해지면, 마음 또한 고요해진다)' 글씨가 당시 박 전 대통령 일가의 가풍을 짐작하게 한다. 이 글씨에 대해 서울시청 관계자는 "옥천 출신의 한 서예가가 썼다"고 귀띔했다.

    육 여사는 이 응접실에서 수많은 국내외 귀빈들과 만남을 가지며 박 전 대통령을 내조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1961년 미8군 사령관인 매노이 장군 부인 등을 맞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서재도 재현됐다.

    서재 벽에는, 박 전 대통령이 5.16 당시 시청 앞에 입고 나타난 것과 같은 빛바랜 전투복 점퍼와 군복바지가 걸려 있었다. 빛바랜 책상, 60년대 풍의 라디오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책장에는 당시 일반 시민이 쓴 5.16에 대한 손글씨 일기가 두 편 펼쳐져 있다.

  • ▲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서재에 걸려 있는 전투복 점퍼와 군복 바지.ⓒ 뉴데일리DB
    ▲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서재에 걸려 있는 전투복 점퍼와 군복 바지.ⓒ 뉴데일리DB

    박 전 대통령의 서재에 있는 물품은 모두 진품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조영훈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학예연구사는 "그 당시의 물품은 한 점도 남아있지 않다"며 "언론 자료 등을 통해 최대한 당시 물품을 구해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초등학생 시절 쓰던 방도 재현됐다.

  • ▲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자녀방.ⓒ 뉴데일리DB
    ▲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 자녀방.ⓒ 뉴데일리DB


    당시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던 근혜, 근령 자매가 사용했던 방으로, 두 자매가 각각 장충국민학교 3학년과 1학년이었을 때 썼음직한 교과서와 문구용품들, 실로폰 등이 놓여있었다.

    이 가옥은 서양식과 일본식, 한옥이 절충된 1930년대 '문화주택' 양식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건물로서, 구미의 생가 외에 처음으로 복원된 박 전 대통령의 가옥이라 의미도 남다르다.

    박 전 대통령 가옥은 17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며, 서울시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일 4회 15명 내외로 사전예약(월요일 휴관)을 받는다.

    박 전 대통령 가옥 인근의 한 주민은 "10여 년간 이 동네에 거주하면서도 빈집이라고만 생각했지,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한 번도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개장 되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다. 개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