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제 가옥' 이어 가회동 소재 주택 선정..'풍수지리' 때문이라고?
  • ▲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새 서울시장 공관 ⓒTV조선 방송화면 캡쳐
    ▲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새 서울시장 공관 ⓒTV조선 방송화면 캡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전한 가회동의 공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이며 200평 부지에 약 120평 규모의 건물로  방이 5개, 회의실 1개가 있다. 무슨 마음을 먹고 이사 갔는지 모르겠다. 선거 때는 ‘친(親)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고 지금 28억원 공관에 들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 강용석 변호사, 19일 JTBC <썰전-독한 혀들의 전쟁> 中

    박원순 시장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새 공관으로 입주했다. 이 공관의 2년 임대 전세금액은 매매가의 절반 수준인 28억원으로, 박 시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은평 뉴타운 임시공관보다 10배 가량 비싸 ‘호화 공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1981년부터 33년간 혜화동 공관을 사용했지만 1940년대에 지어져 너무 낡았고 한양도성 보존을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은평 뉴타운에 임시공관을 마련해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은평 뉴타운 임시공관의 전세 계약이 만료하면서 가회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을 새 공관으로 임차했다. 규모는 대지 660㎡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방 5개, 회의실 1개, 거실 1개 그리고 마당을 갖추고 있으며 계약기간은 2년이다.

    새 공관이 28억짜리 가회동 공관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친서민’을 자처한 박원순 시장이 시장당선 6개월만에 임차료 28억짜리 단독주택으로 공관을 옮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과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은 8일 가회동 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의 새 공관 입주를 비판했다.

    이들은 “보증금 수천만원도 어려운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28억이라는 전세가가 상상이 안된다”며 “이는 은평 뉴타운 공관보다 10배 이상 비싼 ‘황제공관’”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시는 “시장공관은 숙소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내·외빈을 맞이하고 24시간 시정을 감시 감독하는 컨트롤 타워”라며 “단순히 액수로 필요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시에 꼭 필요한 공관”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가회동’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새 공관을 이곳으로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박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도 가회동에 위치하고 있다.

     

  • ▲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백인제 가옥 ⓒ뉴데일리DB
    ▲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백인제 가옥 ⓒ뉴데일리DB

     

    지난 2011년 11월, 새로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시장 공관을 가회동 백인제 가옥으로 옮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백인제 가옥’은 근대 한옥건축의 특징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문화재급 건축물로,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22호로 등록될만큼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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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서울시는 2009년에 141억원을 들여 ‘백인제 가옥’을 사들인 뒤 ‘북촌문화센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였다. 근대 한옥 건축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백인제 가옥’을 북촌을 찾는 내·외국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백인제 가옥’을 새 공관으로 낙점하면서 ‘북촌문화센터’ 공사가 중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의회와 시민사회 등에서도 ‘시장공관을 별도로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백인제 가옥’을 새 공관으로 이전하는 계획은 백지화 됐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가회동을 새 공관자리로 정한 이유에 대해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회동 공관 800m 이내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 사저가 있으며 풍수지리적으로도 길지(吉地)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새 가회동 공관의 소유권자가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학내분규로 몸살을 앓은 사학재단 설립자의 아들인 것으로 확인돼,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해당 공관의 소유자는 김포대 설립자 고 전신용씨의 차남인 전홍덕 전 김포대 부학장이다. 김포대(舊 김포전문대)는 1995년 11월 문을 연 2년제 사립전문대학으로, 설립자는 故전 신용 전 금융통화위원이다.

    1996년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이 학교는 매년 수십억원의 흑자를 달성하는 등 탄탄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경영권을 둘러싼 설립자의 2남과 3남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면서 이 학교는 이른바 ‘비리사학’으로 전락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의 새 공관 입주일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 앞에 모인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 회원들이 '서민시장을 표방하던 박 시장이 시민혈세로 28억원 전세 공관에 입주한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원순 서울시장의 새 공관 입주일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 앞에 모인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 회원들이 '서민시장을 표방하던 박 시장이 시민혈세로 28억원 전세 공관에 입주한다'며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포대의 위상 추락은 그 후에도 계속돼,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렸고, 2011년에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받아, 퇴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김포대는 2012년 말, 남일호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5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경영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부실대학리스트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주택의 지리적 여건과 구조, 건축물의 상태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공관의 소유권자가 과거 학내분규로 내홍을 겪은 대학 설립자 가족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석연치 않은 시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