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체 중학교 70% 도입·운영..현장 찬반 논란 가열
  • ▲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인 자유학기제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인 자유학기제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인 자유학기제 실시학교가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전국 중학교의 70%인 2,230개교가 자유학기제를 도입·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본격 추진에 앞서, 지난 2년간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제도를 시범운영했다.

    자유학기제는 입시위주의 공부와 시험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잠재된 소질 혹은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자는 취지에서 교육학자를 비롯한 교육전문가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 교육부가 정책 추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일부 학부모들과 학교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입시준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학교 밖 체험교육이 가능한 현장이 제한돼 있는 현실에서, 시간만 때우는 체험교육이 늘어나는 등 자유학기제가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 학생들이 말하는 자유학기제, '재능 탐색의 장' VS '수업권 박탈'

    #1 00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오늘도 등교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자유학기제 직업체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탐색하는 과정이 설레기 때문이다. 본인이 어떤 끼와 재능을 갖고 있는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다는 A양. 그는 오늘도 자신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 등교를 한다.

    #2 의사가 되고 싶은 B군은 자유학기제에 대해 불만이 많다. 본인이 원하는 직업군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직종에는 흥미가 없고, 체험 교육을 받으러 가더라도 아이들과 뒤에서 몰래 시간을 때우다 돌아온다. 시간이 아깝다는 그는 이럴 시간에 공부를 해서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자유학기제의 당사자인 중학생들 사이에서 자유학기제는 이른바 뜨거운 감자다. 그만큼 찬반 의견도 크게 엇갈린다.

    00중학교 A양은 자유학기제에 찬성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실 안에서만 수업만 듣다가 교실 밖으로 나가 직업체험을 하면서 나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 꿈과 재능을 일깨워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같은 중학교 B양도 자유학기제를 통해 토론학습이 즐거워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양은 "토론시간을 통해 친구들과 꿈과 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자유학기제 체험시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와 달리 자유학기제에 반대하는 학생들도 있다. 평소 지적호기심과 탐구의욕에 불타는 C군은 수업권을 박탈당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외고 입시를 준비 중인 그는 "체험교육은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는 시간인데 난 오히려 나의 꿈을 뺏기고 있다"며, "그 시간에 좀 더 공부를 해서 내 꿈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로탐색 활동은 교내 동아리 활동이나 CA(특별활동) 시간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유학기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한 지 2년이 된 지금,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형식적인 자유학기제에 반대한다'는 의견과, '재능탐색의 기회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 '훌륭한 제도' VS '아직은 시기상조'

    #3 C중학교 교장은 흐뭇한 미소로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과 끼를 살릴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확신하는 그는 오늘도 알찬 교육을 위해 노력 중이다.

    #4 D중학교 교무부장은 오늘도 체험 교육 현장을 찾기 위해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체험 교육이 가능한 곳이 제한돼 있는 데다, 그마저도 선착순으로 운영돼 체험 현장을 섭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는 질 높은 학교 밖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일선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오가고 있다.

    C중학교 교장은 자유학기제는 폭넓은 시야에서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C 교장은 "진로 직업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 왔고 진로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교육 철학"이라며, "성적보다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학기제' 2년 차를 맞은 강원도 D중학교의 교무부장은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말로 자유학기제가 안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진로 체험을 가려고 해도 막상 갈 곳이 없는 것이 지금의 교육 여건”이라며, "지난번엔 겨우 동네 경찰서에 갔고, 그곳에서도 할 것이 없어 온종일 앉아있다 돌아왔다"고 했다.

    특히 양질의 체험 시설이 부족한 시골 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는 형식적으로 이뤄질 위험이 더 크다.


    자유학기제 뒷받침할 여건 조성이 해법

    자유학기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제도의 탄력적 운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3년 발간된 논문,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헌법적 쟁점 분석'(저자 손희권 명지대 교수)은, 모든 학교에서 희망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그들이 선택하는 시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위 논문을 쓴 손희권 교수는 이런 제도 개선을 통해, 정규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희권 교수는 이어 “교육의 기회 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촌 및 도서 벽지 지역에서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실시될 수 있도록 교육 조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