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 규정, 일부 후보자에 유리하게 작용..선거 공정성 훼손 우려
  • 보수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사단법인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선거가, 선거공정성 논란을 빚으면서 잡음을 내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4일 공석인 연맹 중앙회장 보궐선거 공고를 냈다. 25일 예정된 중앙회장 선거에는 대의원 450여명이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선거 공고 이후 연맹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 이동복 전 국회의원, 이오장 자유총연맹 전 서울시지회장, 최승우 예비역 육군소장, 윤상현 전 자유총연맹 회장 직무대행 등 5명이다.

    연맹 중앙회장 선거가 잡음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공정성 논란이다.

    연맹 중앙회장 선거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연맹이 지난해 11월 26일과 12월 4일, 이번 선거에 적용된 선거관리규정과 선거관리규칙을 일부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관련 규정은 “임직원(회장 포함)이 입후보하고자 할 때는 입후보 등록 전에 그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이 규정에 따라 윤상현 회장 직무대행은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2월 4일 그 직을 사퇴했다.

    이에 대해 연맹 주변에서는 관련 규정 개정이 결과적으로 윤상현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윤상현 후보자는 4일 사퇴 직전까지 회장 직무대행 직에 있으면서, 업무수행이란 명분을 내세워,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을 만나고,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연말 개정된 연맹의 선거관리 규정이, 선거일 60일 전 공직사퇴를 원칙으로 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을 기준으로 할 때, 공정선거의 기본원칙을 훼손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사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재반론이 있다.

    자유총연맹은 다른 시민단체와 같은 임의단체가 아니라, 국가로부터의 지원금 보조와 조세감면, 결산 및 사업계획에 대한 국가의 감독 등이 법률로 규정된 법정단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런 내용을 담은 <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자유총연맹법)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률은, ‘사단법인 한국자유총연맹을 지원·육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항구적으로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며, ▲국·공유재산의 대부 및 시설지원 ▲연맹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의 경비 보조 ▲조세감면 ▲사업계획서 및 결선서 정부 제출 ▲유사명칭 금지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법률은 경비 등에 대한 국가보조에 상응해, 세입·세출예산서 및 사업계획서, 결산서 및 사업실적서를 해당 회계연도 개시 전과 후에 각각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다.

    이런 조항의 존재를 고려할 때, 자유총연맹은 사적 단체이므로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반론은 설득력이 약하다.

    국가보조와 조세감면은 물론 예산 및 결산, 사업계획을 감독관청에 제출토록 한 법률 조항의 존재는, 연맹이 단순한 임의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방법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맹이 정한 선거운동기간은 14일부터 24일까지 10일 간이다. 이 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2월 4일 퇴직 전까지 회장 직무대행 직에 있었던 윤상현 후보자와 다른 후보자들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직전까지 회작 직무대행으로 자유롭게 연맹 내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던 사람과 불과 10일 동안만 제한된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다른 후보자들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연맹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해 11월 “9명의 선거관리위원을 모두 회장이 지명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윤상현 후보자는 회장 직무대행으로 있던 지난달 20일 9명의 선거관리위원을 지명했다.

    선거관리위원 모두를 해당 조직 또는 단체의 수장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경우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다. 국가나 지방단체장 선거는 물론,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임의단체인 경우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선거의 공정성이란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임의단체들도 자체적으로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행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임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은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서 임명, 선출 또는 지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과 비교할 때, 선거관리위원 모두를 회장이 지명토록 한 자유총연맹의 규정은 공정성 시비를 자초할 수 밖에 없다.

    연맹 주변에서 윤상현 후보자가 임명한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산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정개정이 이뤄진 뒤로,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유총연맹은 지난해 8월26일 김명환 전 중앙회장이 사퇴한 뒤 윤상현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해 왔다. 연맹의 새 중앙회장을 결정할 선거는 25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