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대거 몰려오자 거지, 돈주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법 마련…결국 없던 일로
  • ▲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 이곳의 거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EU 홈페이지 관련자료 캡쳐
    ▲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 이곳의 거지는 모두 외국인이다. ⓒEU 홈페이지 관련자료 캡쳐

    OPEC 회원국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산유국 노르웨이가 지난 며칠 동안 세계 언론의 ‘해외토픽’란에 올랐다. “거지에게 적선을 하는 사람도 처벌”하는 법안 때문이다.

    유럽 언론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정부가 구걸하는 거지는 물론 그들에게 돈, 음식, 숙소를 제공하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 15일경이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안 이름은 ‘구걸 금지법(Anto Begging Law)’로 노르웨이 정부가 이 법안을 마련한 이유는 단순한 ‘거지’가 아니라, 동유럽 일부 국가와 아시아에서 ‘조직적’으로 몰려드는 거지떼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노르웨이는 2005년까지 ‘구걸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요구에 밀려 이 법을 폐지했다. 이후 노르웨이에는 매년 1,000여 명에 가까운 거지들이 해외에서 몰려들었다.

    1,000여 명이면 얼마 안 될 것 같지만, 노르웨이 인구가 500만 명 남짓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수다. 때문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014년 말부터 ‘구걸 금지법’을 조례로 만들어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르웨이 내 ‘좌파 진영’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1인당 GDP가 10만 800달러에 달하는 ‘복지국가’에서 거지들의 구걸을 막는다는 것은 잔인하며, EU 사회의 인권규약에도 맞지 않아 국가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에 유럽 각국 언론들까지 가세하자, 노르웨이 정부는 국민 60%가 지지한 ‘구걸 금지법’ 제정을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정부는 “구걸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했다.

    노르웨이는 작은 인구와 영토를 가진 소국이지만, 일찍이 대륙붕에서 원유 생산에 성공해 OPEC 회원국이 됐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열을 활용한 에너지 소비와 원유 및 목재 수출로 많은 수입을 얻자 국민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1990년대 냉전 구도가 무너지면서 동유럽과 서남아시아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의무는 지지 않고 복지혜택만 누리는’ 행태를 보이면서, 노르웨이 국민들은 이들에게 상대적인 역차별을 받게 됐다.

    이 같은 불만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 2011년 7월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정부 청사와 집권여당인 노동당 산하의 청년 캠프를 공격한 ‘브레이빅 테러’다.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빅은 정부 청사를 폭파한 뒤 우퇴위아 섬으로 가 노동당 청년캠프에 있던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 테러로 76명이 사망했고, 수십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