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2억원 싹둑, 역대 지자체 삭감 비율로는 최고..내년 추경에서 한판 예고
  •  
  • ▲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제주도의회가 내년도 도 예산의 4.4%를 대폭 삭감해 도정운영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제주도의회는 29일 오후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통해 3조 8,194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서 1,682억원을 줄인 수정예산안을 의결했다.

    1,682억원(4.4%)은 지자체 예산 삭감 비율로는 사상 최고다.

    이 같은 일방적 '예산칼질'은 도의회가 제시한 선심성 예산편성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불거진 사태다.

    앞서 지난달 도의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408억300만원을 삭감하는 한편, 각종 지역축제나 스포츠대회를 지원하는 신규 비용을 추가한 수정 예산안을 제시했다.

    때문에 도의회가 주민들을 위한 사실상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려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제주도의회 의원 개개인이 재량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1인당 수십억원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도 협상 과정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19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10월에 도의회 의장과 (예산안을)협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도의원들이 1인당 20억씩 (사업 예산을)보장을 해달라는 조건을 옆에서 내걸었다"며 "그런 전제 하에 할 수는 없다고 저희가 입장을 발표하다 보니까 의장님께서는 본인의 순수한 뜻을 왜 못 받아 들이냐며 오해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박영부 도 기획조정실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부가 요청한 원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부동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원희룡 지사가 도의회가 제시한 예산안을 끝끝내 거부하자 결국 벌어진 사태가 사상 최대규모의 예산안 삭감이다.

    '우리(도의회)가 요구한 예산안을 집행하지 않겠다면, 원희룡 지사의 사업예산도 모두 삭감하겠다'는 식이다.

    도의회는 삭감한 내년도 예산 중 1억9천여만원은 예비비로 돌리고, 나머지 1,680억원은 내부유보금으로 남겨뒀다.

    원희룡 도정에 발목을 잡는 한편, 내년도 추경예산에서 다시한번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된 예산을 쓰기 위해서는 추후 추경 예산안을 재편성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 제주도의회가 29일 오후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사상 최대 규모로 삭감한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처리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준비한 인사말을 손에 들고 살펴보고 있다. 원 지사는 결국 이 글을 읽어보지 못했다. ⓒ 연합뉴스
    ▲ 제주도의회가 29일 오후 제32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사상 최대 규모로 삭감한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처리한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준비한 인사말을 손에 들고 살펴보고 있다. 원 지사는 결국 이 글을 읽어보지 못했다. ⓒ 연합뉴스

    원희룡 지사는 이에 대해 "역대 도지사가 몇 번 부동의를 했다가 도의회가 예산을 전부 부결을 시켜버리는 식으로 나오자 당장 새해 살림은 해야 되겠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동의를 해왔다"며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금액이 점점 커져서 처음에는 한 몇 십 억에서 작년에는 500억 넘게 증액을 해버리는 사태가 이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날 예산안 의결 이후 폐회사를 통해 "원희룡 지사를 만나 최종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우리 의회가 심의한 예산안에 대해 부동의를 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고 말했다.

    구 의장은 이어 "의회와 소통하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의회를 벼랑 끝에 올려세우는 싸움의 방식으로 의회에 치명타를 날리는 일련의 정치적 연출에 대한 정치적 학습효과를 오래 기억하겠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구 의장은 원희룡 지사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고 그대로 산회를 선포했다.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발언문을 정리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국 기회를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