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청와대’ 故 이춘상 보좌관의 빈 자리, “이렇게 클 줄이야...”
  • ▲ 2012년 12월2일 마지막 길을 떠나는 故 이춘상 보좌관. ⓒ이종현 기자
    ▲ 2012년 12월2일 마지막 길을 떠나는 故 이춘상 보좌관. ⓒ이종현 기자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강원 유세를 수행하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춘상 보좌관의 ‘2주기 기념 예배’가 지난 2일 경기 고양시 하늘문 추모공원에서 열렸다.

    정확히 2년 전 지금이다.

    음(陰)으로 양(陽)으로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위해 뛰어다니던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수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문고리 권력 4인방’이란 비판이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당시만 해도 박근혜 후보를 시기하는 이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표현이었다. 이춘상 보좌관이 핵심 보좌진의 ‘맏형’ 역할을 할 때까지의 얘기다.

    박근혜 후보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이춘상 보좌관의 조율(調律)과 소통(疏通)을 바탕으로 새누리당과 대선 캠프는 똘똘 뭉쳤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그의 활동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동분서주(東奔西走)였다. 이춘상 보좌관이 세상을 떠나자 대선 캠프가 마비될 정도로 그의 빈 자리는 크게만 느껴졌다.

    지금의 청와대를 만든 일등 공신은 단연 이춘상 보좌관이었다.
    그 누구도 이춘상 보좌관의 공로(功勞)를 부정하지 않았다.

  • ▲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관련 KBS 방송화면
    ▲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관련 KBS 방송화면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청와대가 흉흉하다. 아니 비서진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중심을 잃고 헤메고 있다. 협상과 합의는 없고 권력을 둘러싼 암투(暗鬪)에 매달린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정윤회 국정개입’, ‘비선조직’, ‘청와대 문건유출’

    정치권이 청와대를 조롱하고 있다.
    정치권을 넘어 국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대선캠프에서 활동하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이들이 자조섞인 한숨을 토해낸다.

    [경제외교] 부문에서 굵직한 성과를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역시나 이춘상 보좌관의 빈 자리가 2년 전보다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춘상 보좌관과 한 때 함께 활동했다는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이춘상 보좌관)가 있었다면 적어도 중심은 잡았을테지... 비서진들이 눈치만 보며 쓴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서로 경계하는 일은 적어도 없었을 것이야. 이대로라면 위험해. 뭔가 변화가 필요한데 위에선 조용히 있으라는 기류만 강하니... ‘레임덕’ 얘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잖아. 기자들도 다 알고 있잖아?”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제 살 깎아먹기]로 일관하는 청와대 전·현직 비서진들의 안일한 태도를 두고 곳곳에서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청와대 내부의 반목(反目)을 좌시해온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한 여권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 ▲ 2012년 12월2일 故 이춘상 보좌관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2012년 12월2일 故 이춘상 보좌관의 빈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2일 고(故) 이춘상 보좌관의 2주기가 열린 고양시 하늘문 추모공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가 쓸쓸히 놓여 있었다.

    최근 일고 있는 논란 탓인지 예배가 열리는 추모식장 앞에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는 더욱 외로워 보였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맏형을 잃은 ‘문고리 권력 3인방’은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조용히 추모식이 치러지고 밤이 찾아오자 하늘에선 하얀 눈(雪)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 걱정 말고 내가 놓은 이 길을 걸으라’는 고(故) 이춘상 보좌관의 메시지처럼...

    어둠이 걷힌 뒤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출근한 청와대 비서진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유독 이날 이춘상 보좌관을 추억하는 아쉬움이 청와대 주변을 감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