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관측 "2017년 대선 통해 킹 메이커 되기 위한 사전 포석인듯"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정윤회와 이른바 '문고리권력 3인방'이 지목되면서 정국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입수, 정윤회의 국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건에는 정윤회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과 서울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 받아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해진다. 해당 보도가 타전되자 각 매체와 방송사들은 일제히 '십상시(十常侍)' 의혹을 전면에 내세워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연히 보도 경쟁도 치열해졌다. <조선일보>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중앙일보>는 루머의 당사자인 정윤회와 인터뷰를 갖고 타사와의 차별된 기사를 쏟아내는데 역점을 두는 상황. 여타 종편 매체들도 시시각각 청와대 소식을 타전하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가 통치권력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이슈가 발생하면서 각 언론사간 스탠스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 액자식 구성으로 가십거리를 톱으로 올린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회의 발언과 청와대의 공식 입장 등을 주요 기사로 엮어 배치했다.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기보다 객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보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청와대 측으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하고 '회장'까지 교체된 <세계일보>는 단독 기사를 내보낸 당사자임에도 불구, 톱기사에 관련기사를 겨우 3개만 붙이는 '소심한 편집'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거센 반격에 급격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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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바짝 날이 서 있는 형국이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전면에 내세운 <조선일보>는 <靑 "이재만, 정윤회와 통화 했지만 만남은 없었다"> <조응천 "문건 믿을만해" vs. 정윤회 "조작"… 양측 전면전> <정윤회 둘러싼 각종 說 난무…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등등의 기사들을 '관련 기사'로 달아 '정윤회'란 인물을 파헤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조응천과 사실상 대립각을 벌이고 있는 정윤회의 입장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 1일 정윤회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중앙일보>는 "하나라도 잘못 있으면 감방 가겠다"는 정윤회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잡고, 그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별개의 꼭지로 나눠 배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 56% "비선 실세 의혹 사실일 것"> 같은 여론조사 결과도 주요 기사로 뽑아,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사실을 담보하고 있을 것이라는 여론을 반영했다.

  • 정윤회 문건 사태가 불거진 이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언론사는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지난 1일, 장장 7개면에 걸쳐 정윤회 관련 기사를 담아내는 파격 편집을 선보였다. 정윤회와의 단독인터뷰 기사 하단에는 "박 경정이 아닌 청와대 제 3인사가 문건을 반출했다"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고, 6면에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설특검 1호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한 대목을 헤드라인으로 뽑아 정부 여당을 압박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중앙일보> 계열인 종편 JTBC도 메인 뉴스인 '8시 뉴스룸'에서 절반 가까운 시간을 정윤회 보도에 할애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이날 뉴스룸 1부에서는 약 19분 30초 동안 정윤회 관련 보도가 있었고, 2부에서는 약 22분 20초 동안 정윤회 루머에 대한 여야 의원 인터뷰가 진행됐다. 2부 시작 직후 약 3분간 있었던 손석희 앵커의 관련 브리핑까지 합하면 이날 뉴스룸 1~2부에서는 총 44분 50초 동안 정윤회 관련 소식을 전했다.

    JTBC 뉴스룸은 1~2부 모두 합쳐 100분간 방송되는 프로그램. 그렇다면 이날 방송에서 약 절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윤회 관련 보도를 쏟아낸 셈이다.



  • '중앙-JTBC'의 끝모를 자신감..그 배경은?


    JTBC 개국 이후 MBC 출신 손석희 아나운서를 보도·시사 부문 사장으로 앉히고 이철희, 진중권 등 유명한 좌파 인사들을 데려오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JTBC는 급기야 지난해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출연시켜 삼성그룹의 '노조 무력화' 문건 151쪽을 공개하는 '충격 이벤트'를 벌였다.

    삼성그룹에 칼을 들이대는 아슬아슬한 보도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JTBC는 이후로도 기존 보수층이 납득하기 힘든 좌편향적인 보도 행태로 완벽한 탈바꿈을 시도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JTBC를 가리켜 '꼴통 보수'라고 힐난하는 이들은 거의 사라졌다. 특히 젊은이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들을 포진시킨 예능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방영함으로써 주시청자층을 20~40대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JTBC의 노골적인 좌향좌는 만년 2인자에서 벗어나려는 <중앙일보>의 숙원과제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같은 보수층을 대상으로 한 보도로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음을 깨달은 <중앙일보>는 자사 스스로도 '논조의 유연함'을 보이는 한편, 계열사 JTBC로 하여금 극명한 좌향좌 노선을 걷도록 해 좌파를 끌어안는 '탈 보수' 행태를 선보였다.

    이번 정윤회 문건 사태에 대해서도 <중앙일보>와 JTBC는 여타 보수 매체들과 차별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치 '우리에겐 성역이란 없다'는 점을 강조라도하듯, 전방위로 칼날을 들이미는 모습. 정윤회는 <중앙일보>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상대로 노골적인 불만을 토해냈다. 문건 유출의 배후로 조 전 비서관 등이 근무했던 민정수석실을 지목한 정윤회는 이날 인터뷰를 기점으로 "할 말은 하겠다"며 여타 매체에도 관련 발언을 내뱉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 언론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앙일보>와 JTBC는 좌클릭 행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2017년 대선을 통해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언론계 인사는 "이건회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홍석형 회장 친누나)의 위상이 (개정 상속법에 따라)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홍 회장이 자신의 매체가 가진 정치적 영향력의 과시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라며 "<중앙일보>-JTBC 등 홍석현 회장 소유 매체들의 정치적 세과시가 점점 자주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 조선-동아-중앙-세계일보-JTBC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