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시 직무유기, 무리한 허가 화 불렀다"
  • ▲ 지난 8월5일,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에 생긴 싱크홀.ⓒ 사진 연합뉴스
    ▲ 지난 8월5일,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인근에 생긴 싱크홀.ⓒ 사진 연합뉴스


    싱크홀, 동공, 환풍구에 지하공동구 맨홀추락사고까지, 수도권 곳곳의 발밑이 푹푹 꺼지는 아찔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이른바 [싱크홀 지도]를 만들어 놓고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제2롯데월드 시공 당시, 서울시 용역을 받아 만든 [땅속 지도]를 서울시가 묵살해 이 같은 상황(싱크홀 사고)에 직면했다. 서울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5일, 서울 잠실동 석촌 지하차도 인근에서 폭 2.5m, 깊이 5m, 길이 8m 규모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서울시가 차량 진입을 막고 1주일간 땅속을 살펴본 결과, 지하차도 도로 밑에서 폭 5~8m, 깊이 4~11m, 길이 80m의 거대한 동공(땅속 공간)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이 일대에서만 6개의 싱크홀이 추가로 발견됐다.

  • ▲ 2010년 이후 서울 송파지역 도로 침하 추이.ⓒ 서울시 자료 제공
    ▲ 2010년 이후 서울 송파지역 도로 침하 추이.ⓒ 서울시 자료 제공



    ◆서울시 16년 전 만들어 놓은 지도 왜 묵살했나

  • ▲ 제2롯데월드 초고층 타워동 공사장에 대한 시민자문단의 안전점검이 이뤄진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49층에서 바라 본 석촌호수 서호와 잠실 롯데호텔, 아파트 단지 전경. 2014.9.15.ⓒ 사진 연합뉴스
    ▲ 제2롯데월드 초고층 타워동 공사장에 대한 시민자문단의 안전점검이 이뤄진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49층에서 바라 본 석촌호수 서호와 잠실 롯데호텔, 아파트 단지 전경. 2014.9.15.ⓒ 사진 연합뉴스

    이수곤 교수는 "제2롯데월드 공사 당시, 서울시가 16년 전 직접 나서 [땅속 지도]를 만들어 놓고도 이를 참고하지 않았다. 최근 다수의 싱크홀이 발견된 잠실은 지반이 약한 곳으로, 서울시가 방수공법 등 지질에 맞는 건축공법을 유도했어야 하지만 못했다. 서울시의 무리한 허가가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가 뭐가 급했는지 멀쩡히 있는 [땅속 지도]도 보지 않고 공사를 허가하는 바람에, 석촌호수는 [하늘에 붕 뜬 깨진 항아리]가 됐다. 수위가 낮아지는 석촌호수는 물을 채우고, 지하로 흘러드는 물은 뽑아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제2롯데월드 주변 건물들도 안전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에 흘러드는 물을 뽑아내고 있다"며 추가 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 ▲ 서울시 지반정보시스템 주요 지반 정보.ⓒ 서울시 자료 제공
    ▲ 서울시 지반정보시스템 주요 지반 정보.ⓒ 서울시 자료 제공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이수곤 교수가 말하는 [땅속 지도]는, 지반정보시스템을 의미한다. 2003년 초부터 시추공 위치, 시추 주상도, 시추 단면도, 지하수위 등 자료를 관리하고 있으며, 1년마다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서울시가 지반정보시스템을 운영하니까 국토해양부도 참조해 전국을 대상으로 유사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서울시가 정곡을 찔리니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교수는 "지반정보시스템은 수치지도, 시추총괄도, 시추주상도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암반선 분포도, 암반의 파쇄분포도, 지하수위 분포도, 3차원 지형도, 지반 입체단면도, 지층의 횡단면도 등의 정보를 적용해 지도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허가를 내 줄때, 이처럼 다양한 정보가 분석된 지도를 적용하고 참조했다면, 석촌호수가 [깨진 항아리]가 되고, 지하로 흘러드는 물을 빼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가 지도상 점에 불과한 시추공을 연결해 이걸 지도라고 주장하고, 일반 시민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자화자찬하는데, 아무런 분석도 없는 지도를 시민들이 얼마나 이해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 공사 중인 제2롯데월드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조직 혁신, 카르텔 타파 시급

    현재, 서울시는 [20년 이상 노후하수관 관리 강화]를 이유로 환경부와 기재부에 1,056억원의 국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충적층 통과 터널공사구간 전수조사], [대형공사장 도로 함몰 전담 감리원 배치] 등을 위한 예산 마련에도 각별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 ▲ 2010년 이후 지역별 싱크홀 발생 분포.ⓒ 서울시 자료 제공
    ▲ 2010년 이후 지역별 싱크홀 발생 분포.ⓒ 서울시 자료 제공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서울시가 대책마련을 위해 정부에 돈을 달라고 하는데 싱크홀 사태는 돈 문제가 아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공무원 시스템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카르텔을 타파해야 한다. 모 교수는 제2롯데월드가 지어진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지반이 약한 곳이라는 이유로 건설을 극구 반대했다. 그런데 '제2롯데월드 균열 원인규명 자문단'에 소속돼 롯데 측에서 5억원 정도의 용역을 받고는 입을 꾹 닫았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원인을 규명하지 않으니 달라지는 게 없다. 재난안전을 위해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는 카르텔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외국 자문단 선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어설명

    싱크홀은 지하수가 유입돼 땅 일부분이 가라앉거나 무너져 깊은 구멍이 파이는 지반침하 현상이다.

    서울시는, 지질 대부분이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고, 이런 구조에서는 싱크홀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싱크홀'이 아닌 '도로 함몰'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