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공 추가발견에 주민불안 가중..서울시-시공-감리업체 공동책임
  • ▲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동공.ⓒ 사진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동공.ⓒ 사진 연합뉴스




    최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부근 지하철 9호선 공사구간 인근에서 연이어 동공이 발견되면서 서울시의 안전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동공의 원인이 시공업체의 관리부실로 추정되는 만큼, 서울시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하철 9호선 공사는 [책임감리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싱크홀 혹은 동공발생의 1차적 책임은 감리 및 시공업체에 있다.

    그러나 발주자인 서울시가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사가 [책임감리제] 아래서 이뤄졌다고 해도, 감리업체에 대한 2차적 관리·감독의무는 어디까지나 [서울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 이뤄질 정밀 조사에서 서울시의 감독 해태를 비롯한 직무유기 혹은 위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서울시의 도시안전 관리 전반이 불신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서울시는 18일 신청사 2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석촌지하차도(지하철 919공구) 관련, 전문가들의 추가 조사를 통해 동공 5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동공은 2개다. 석촌지하차도 종점부에서 확인된 동공은 폭 5.5m, 길이5.5m, 깊이 3.4m의 규모다.

    석촌지하차도 입구 부근에서 발견된 동공은 폭 4.3m, 길이 13m, 깊이 2.3m로 종점부 동공에 비해 두배 이상 긴 것이 특징이다.

    다른 2개는 세부규모를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현장시추 중 광역상수도 2,000m 부근에서 발견된 동공 1개는 시민조사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2차피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 응급조치된 상태다.

    앞서 지난 5일 석촌지하차도 입구 부근에서 폭 2.5m, 깊이 5m, 길이 8m 규모의 공동이 발견됐고, 13일에는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의 대규모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써 현재까지 발견된 동공은 모두 7개다.

    동공이 발생한 구간은 연약지반으로 분류된다.

    지반의 특성상 지하철 굴착공사 과정에서 동공이나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기됐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역시 동공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2월 삼성물산이 터널굴착 공사에 앞서 작성한 ‘지반보강법 현장보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당시 삼성물산은 지반의 침하 가능성을 제기하며, ‘지반보강법 현장보고서’와 ‘위기발생에 따른 현장조치 매뉴얼’을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에 제출했다.

    싱크홀과 동공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삼성물산이 적용한 <실드공법>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하철 919공구 터널공사 시공에 ‘실드TBM(Shield TBM, 이하 실드공법)’을 적용했다.

    <실드공법>은 거대한 원통모양의 굴착기가 지반을 분쇄하면서 터널을 판다.
    터널이 뚫리면서 동시에 콘크리트로 마감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연약지반에 적합한 공법으로 평가받는다.

  • ▲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동공.ⓒ 사진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발견된 동공.ⓒ 사진 연합뉴스

    <실드공법> 시공은 연약지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절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공법 자체가 아니라, 공사 중 부주의와 관리감독 부실이다.

    전문가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삼성물산의 시공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번 경우처럼 암반층과 연약층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단면’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번 터널공사에서 배출되는 흙의 양인 ‘배토량’을 컨베이어벨트로 스캔해 산출했는데, 이 방식은 수치가 정확하지 못해 상당 수준의 오차가 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싱크홀 조사위원회'는 삼성물산 측에 “배토량과 굴진량을 꼼꼼히 계산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동공을 발견하지 못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면 터널 위 지상에 있는 백제 고분 등이 주저앉을 위험도 있었다”며 “동공이 비교적 신속히 발견됐기 때문에, 인명피해 등의 큰 사고는 막은 셈이다. 삼성물산이 책임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2월 삼성물산이 ‘지반보강법 현장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보강공법이, [축소 시공]된 사실도 원인 규명이 필요한 의혹 중 하나다.

    당시 삼성물산은 지반보강공법으로 ‘갱내 그라우팅 설계’를 제시했다.
    ‘그라우팅 공법’은 쉽게 말해 균열 틈새로 시멘트를 주입해 지반을 강화하는 공법이다.

    보강공법 검토안은 14공(구멍)을 3열로 배열해 총 42공의 그라우팅을 시공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보강은 4공 2열로 모두 8공만 시공하는 데 그쳤다.

    이 부분에서 삼성물산의 시공력은 다시 한 번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삼성물산은 최초 검토안과 다르게 시공을 축소한 이유를 ‘단면적 부족에 따른 지하수 과다유입 시 붕락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최초 보강공법으로, 42공의 그라우팅 시공한 제시한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의 제안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와 관련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는 “그라우팅 공법은 공사비용 부담은 있지만 개수가 충분할수록 좋은 것”이라며 단면적 부족이라는 이유로 그라우팅 개수를 줄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18일 브리핑에서 “동공이 발생된 지역은 전부 그라우팅 할 예정이다. 상당히 많이 시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감리를 맡은 업체의 무성의한 태도도 물의를 빚고 있다.

    지하철 919공구 책임감리를 맡은 'S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반보강공법 결정과정을 묻는 질문에 "어떤 자료를 가지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바빠 자료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의 싱크홀 및 동공발생 이후 서울시가 보여주고 있는 태도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턴키방식’에 따른 공사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동공발생의 책임을 시공사인 삼성물산에 떠넘기고 있다.

    턴키방식은 공사예약방식의 하나로,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민의 안전’을 강조해 온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대형 재난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싱크홀 및 동공발생의 책임을 민간업체에만 떠넘기는 태도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