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변희재’-‘주진우’ 엇갈린 판결고의영 부장판사, 지난 2011년 판결과 전혀 다른 해석 내놔
  • ▲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뉴데일리DB
    ▲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뉴데일리DB



    보수에는 엄격하고 좌파에는 관대한 재판부의 [이중 잣대] 판결이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통진당의 ‘종북’ 성향을 문제 삼은 마당에, 통진당 대표에 대한 종북의혹을 제기한 우파논객의 트윗 글과 언론사들의 인용보도에 대해, 재판부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같은 재판부는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박정희 전 대통령 성상납] 발언에 대해서는 ‘진실규명의 과정으로 본다’면서 배상책임을 부정해, 재판부가 균형감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고의영 부장판사)는 8일 이정희 통진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가 자신들에게 ‘종북주사파’라는 표현을 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치이념은 성질상 그 실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관련된 표현을 할 때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모멸적인 표현의 사용을 삼가야 한다“며 ”남북이 분단됐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종북으로 지칭될 경우 반사회적 인물로 몰리거나 평판이 훼손될 수 있고, 구체적인 증거 없이 주사파·종북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대세력으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아울러 변 대표의 발언을 인용보도한 뉴데일리 기자 2명에게 각각 500만원과 1천500만원, 조선일보 기자 2명에게 각각 1,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날 서울고법 민사13부(고의영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56)씨가 주진우 시사IN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배상액을 낮췄다. 1심은 주진우 기자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배상액을 200만원으로 감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 기자의 [박 전 대통령 성상납 발언]에 대해 배상책임을 부정했다.

    주진우 기자는 2011년 10월 ‘박정희의 맨얼굴’이란 책의 출판기념회에서 “대학생이나 자기 딸뻘 되는 여자를 데려다가 저녁에 이렇게 성상납 받으면서 총맞아 죽은 독재자는 어디에도 없다”며 “남겨놓은 재산이 육영재단,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 10조가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곳에서도 상당한 의혹이 제기됐고, 비슷한 취지의 자료도 많이 나와있다”며 “현대사 사건은 의견과 논쟁을 통해 사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주진우 기자의 발언은 이런 진실 규명의 과정 중 하나이므로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 주진우 시사IN 기자.ⓒ 사진 연합뉴스
    ▲ 주진우 시사IN 기자.ⓒ 사진 연합뉴스


    동일한 재판부가 언론사 혹은 언론사 기자가 당사자인 두 개의 판결에서, 사로 다른 잣대로 상반된 판결을 내리면서, 재판장을 맡은 고의영 부장의 과거 판결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고의영 부장은 지난 2011년 4월 26일, 서울고법 민사 19부 재임 당시, BBK사건 담당검사였던 특별수사팀 9명이 “검찰의 회유·협박이 있었다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경준 씨 변호인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이 김경준 씨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6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허위보도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특검팀이 정봉주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원고 패소판결해 3건 모두 피고인의 손을 들어줫다.

    당시 재판부는 “회견 내용이 검사의 직무인 수사에 관한 것이고 공직자의 직무집행에 관한 비판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완화돼야 한다”며 “의혹제기를 경솔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 고의영 부장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이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지 않았다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의영 부장은 [이정희 종북 의혹]을 제기한 변희재 대표와 언론사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과거 자신이 밝힌 선고이유를 스스로 뒤집는 판결을 했다.

    고의영 부장은 과거에도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판결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2000년 2월, 고의영 부장은 대전지법 형사합의 3부 재판장을 맡아, 검찰과 법원 직원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종기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종기 변호사는 94년부터 97년 7월까지, 검찰 법원 경찰 직원 등으로부터 모두 202건의 사건을 소개받고, 그 대가로 1억1,170만원을 건네, 큰 파문을 일으켰다.

    2003년 7월에는 이른바 [진승현 게이트]로 5,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2007년 4월에는, 성폭행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남자를 차에 매단 채 달아나다 남자를 숨지게 한 여성에 대해 법원이 `과잉방위'라는 판결을 내려 여성단체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2007년 6월에는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연희 전 의원은 2006년 2월 당시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들과 동아일보 기자들이 가진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최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사건을 심리한 고의영 부장은 “피고인이 당초부터 가해의사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 내용도 신체를 손으로 움켜쥔 것으로 폭행이나 협박이 심한 정도가 아니었다”며 형을 크게 낮췄다.

    이 판결 직후, 여성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무죄선고나 다름없다”, “국회의원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