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후보, 친딸 폭로에, 음모론 제기..오히려 ‘역풍’
  • ▲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뉴데일리 DB
    ▲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뉴데일리 DB

    “피붙이조차 돌보지 않은 사람은 교육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 친딸 ‘캔디 고’(한국이름 고희경)씨의 페이스북 게시글로 촉발된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면서, 고승덕 후보와 그의 전 처가인 박태준 전 총리 가문과의 질긴 악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캔디 고’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승덕 후보의 부도덕성을 폭로한 직후, 당사자인 고승덕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심경을 밝혔다.

    고승덕 후보는 친딸의 폭로를, 박태준 전 총리 가문과 친분이 있는 문용린 후보측이 기획한 공작정치라며, 음모론을 제기했으나 민심은 예전같지 않다.

    아버지가 친딸의 고백을 공작정치의 산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폐륜]이라는 비판도 거세, 음모론을 주장한 고승덕 후보의 기자회견이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습이다.

    ‘캔디 고’ 역시 부친의 기자회견 직후, “소신에 따라 글을 올렸을 뿐”이라며 부친의 음모론을 일축했다.

    부친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른들의 회유에 넘어가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캔디 고’의 폭로를 통해 박태준 전 총리 집안 사람들이 고승덕 후보에게 갖고 있는 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고승덕 후보와 박태준 전 총리 일가와의 인연은 지난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원지법 판사로 있던 고승덕 후보는 박태준 전 총리의 둘째 딸인 박유아씨와 부부의 연을 맺는다.

    부인 박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둔 고승덕 후보와 박태준家와의 인연은 2002년 합의이혼으로 끝이 난다.

    2002년 고승덕 부부의 합의이혼에 대해 주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 중 가장 유력한 해석은 고승덕 후보와 장인인 박태준 전 총리의 불화설이다.

  • ▲ 생전의 박태준 전 총리. 2006년 11월 포스코 명예회장 재임 당시 모습.ⓒ 연합뉴스
    ▲ 생전의 박태준 전 총리. 2006년 11월 포스코 명예회장 재임 당시 모습.ⓒ 연합뉴스

    일찌감치 정치에 뜻을 둔 고승덕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 입문을 시도했고 그 때마다 번번이 좌절을 겪는다.

    고승덕 후보의 순탄치 않은 정치 입문 시도는 2008년 마침내 금배지를 달면서 결실을 맺는다.
    이 사이 고승덕 후보는 두 번이나 정치권 입문의 뜻을 접어야했다.

    첫 번째 시도였던 1998년 인천 서구 보궐선거에서는 장인과 부인의 완강한 반대로 출마를 포기한다.

    당시 박태준 전 총리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려던 사위에게 직접 포기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총리가 고승덕 후보에게 출마포기를 권유한 이유는 사위와 맞붙게 될 상대방 후보(조영장 전 의원)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 때문이었다.

    당시 박 전 총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조영장 후보는 내가 가장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이었다. 서로의 정치적 진로와 무관하게그를 돕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해 사위에게 출마포기를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고승덕 후보는 이듬해 다시 서울 송파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히려 고승덕 후보는 여당인 국민회의와 야당 한나라당을 넘나들면서, 이른바 송파 갑 공천 파동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고승덕 후보는 ‘젊은 피’가 아닌 ‘썩은 피’, ‘출세지향주의에 눈이 먼 철세 정치 신인’, ‘코디디 정치’ 등의 따가운 질책을 받는다.

    고시 3관왕, 미국 변호사, 잦은 티비 출연을 통한 스타성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그였지만, 정치입문의 길은 이처럼 험난했다.

    이때도 고승덕 후보를 주저앉은 장본인은 박태준 전 총리였다.

    박 전 총리는 사위가 공동여당인 국민회의로부터 공천을 받아내려 한 사실을 신문보도를 보고 알았다.

    더구나 국민회의를 통한 정치권 입문이 어렵게 되자, 야당인 한나라당으로 옮겨 공천을 받은 사실에 박 전 총리는 격노했다.

    결국 박 전 총리는 고승덕 후보에게 “이혼과 정치 둘 중 하나를 택할 것”을 최후 통첩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은 고승덕 후보의 갈지자 행보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고승덕 후보의 잇따른 정치입문 좌절은 처가와의 불화로 이어졌다.
    그 사이 고승덕 부부는 자녀 유학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별거에 들어간다.

    뒤 이어 고승덕 후보와 유명 연예인과의 염문설 등 루머까지 나돌았다.

    고승덕 후보와 박 전 총리 사이의 불화가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박 전 총리가 문민정부 시절 일본에서 힘겹게 생활할 때, 사위인 고승덕 후보가 장인의 고초를 외면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고승덕 후보가 장인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 2002년을 기다려 이혼했다는 추론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고승덕 후보는, 박 전 총리의 아들인 박성빈씨와도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딸의 폭로 이후, 고승덕 후보가 문용린 후보를 겨냥해 음모론을 제기한 것도, 장인 및 처남과의 악연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박성빈씨는 조카인 ‘캔디 고’의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간 뒤, 문용린 캠프에 전화를 걸어 “조카의 글과 가족의 뜻이 다르지 않다. 잘 싸워 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고승덕 후보는 자신의 전 처남이 경쟁 후보에게 전화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면서, 박성빈씨와 문용린 후보가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승덕 후보는 친딸의 폭로를 과거 처남과 문용린 후보의 정치적 야합의 산물인 것처럼 묘사했다.

    고승덕 후보는 박성빈씨와 문용린 후보가 2012년부터 1년간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를 함께 맡아 친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승덕 후보의 정치 야합설 혹은 음모론은, 설득력이 약하다.

    ‘캔디 고’가 스스로 말했듯,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진학을 앞둔 친딸이 어른들의 조작에 놀아날 만큼 어리다고 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 ▲ 고승덕 후보의 딸인 캔디 고가 고승덕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 고승덕 후보의 딸인 캔디 고가 고승덕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오히려 ‘캔디 고’의 글에 이모들이 조카에 대한 응원의 댓글을 단 것을 볼 때, 고승덕 후보에 대한 박태준 전 총리 집안의 구원(舊怨)이, 그의 교육감 출마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란 분석이 더 합리적이다.

    고승덕 후보는 1일 기자회견에서 친딸의 폭로 배후에 박 전 총리 일가가 있다는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고 후보는 1999년 있었던 송파 갑 공천 파동을 언급하면서 작심한 듯 박태준 전 총리 일가를 정면에서 비판했다. 당시 출마 포기가 처가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폭로’도 했다.

    저의 장인이자 집권 여당 자민련의 총재였던 박태준 포스코 회장 측의 회유와 압력을 받고 납치되다시피 해서 (출마 포기) 기자회견장에 끌려갔다.

    처가가 사위에게 신변 위협을 하는 일이 드라마가 아닌 실제로 일어났고, 당시 공천 반납으로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친아버지의 폭로에 친딸은 자신의 페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저는 서울에 계신 여러분을 위해서 서울 시민이 고승덕 후보에 대한 진실, 자기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아셔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쓰고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중략)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께 좀 더 자세하게 알려드릴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고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단순히 원했습니다.

    제 말이 많은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말했어야 할 것을 말했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덜어버리게 되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공적으로 발언하지 않겠습니다.

    (중략) 저는 선거 결과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Out of concern for my friends in Seoul, I wrote and posted my letter with the firm conviction that Seoul’s citizens needed to know a truth about candidate Seung Duk Koh: that he lacked interest in his own children’s education.

    I simply wished to convey my story to others with the hope that I could better inform voters for the coming elections. I am grateful that my words have managed to reach so many people. Now that I have unburdened my conscience by having spoken what I believe needed to be said, I will no longer speak publicly about this matter.

    I hope that the elections result in leaders who truly understand the best interests of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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