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戰爭이 난다면 어느 정도 희생을 견딜 것인가?

    2011년 일본 쓰나미때 약 2만3천여 명이 사망 실종되었다.
    당시 일본인의 질서정연함과 냉철한 대처는 全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고성혁(회원)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내게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이 하나있다. 과연 우리 국민들은 전쟁이든 천재지변이든 어느 정도의 희생자를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슬픔을 참고 견딘다는 차원이 아니라 수많은 희생을 어떤 방향으로 승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희생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의 수준>>

     1915년 05월 07일 아일랜드 남방 해상에서 어뢰에 의한 무경고격침(無警告擊沈)으로, 승객·선원 1,957명 중 1,198명이 죽었다. 그 가운데에는 당시 중립국이던 미국인 128명이 있었다. 미국은 이에 강경하게 항의하고, 1917년 미국은 독일에 참전하게 되었다. 1차 대전에서 미국은 12만여 명의 전사자를 냈다. 2차 대전에서 미국은 40여만 명의 전사자를 기록했다.

    부상자는 통상 전사자의 3배정도이니 얼추 120여만 명의 부상자로 가늠할 수 있다. 미국 사람은 100여만 명이 넘는 사상자(死傷者)를 감내(堪耐)하고 슈퍼파워가 되었다. 미국은 911때 3천여 명이 넘는 희생자를 딛고 빈 라덴에게 철저히 복수했다.

    9·11 테러사건으로 인해서 4대의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266명 전원 사망, 워싱턴 국방부 청사 사망 또는 실종 125명, 세계무역센터 사망자 포함 실종자수는 2,500~3,000명 등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명 피해만 2800~3500명에 달한다. 그야말로 전쟁시를 제외한 평화 시 미국에서 일어난 사상 최대 규모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그에 대한 응징으로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5천여 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다. 이러한 희생을 딛고 미국은 미국의 자존심과 국민의 영예를 지켜냈다. 한국전에선 5만여 명의 전사자를 미국과 미국 사람은 감수했다. 월남전에서도 5만여 명의 전사자를 냈다.

    그러나 미국 내 반전(反戰)여론이 확산되자 미국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다. 군사 강대국인 미국이 감수할 수 있었던 전사자의 규모는 월남전에선 5만 명인 셈이다. 멜 깁슨이 주연했던 ‘we were soldeirs’라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월맹군 장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전쟁은 계속 될 것이다. 전쟁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더 죽느냐의 문제만 남을 것이다>

    전쟁은 보유병력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감내(堪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함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다. 수백만의 병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전사자 수백 명도 감당 못하면 고작 수백 명이 전쟁 수행 병력이 된다. 과연 한국은 얼마만큼의 전사자를 전쟁 시에 감당할 수 있을까? 희생자 유가족의 개개인의 슬픔은 그 무엇과도 비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차원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번 사건으로 본다면 우리가 견딜 수 있는 희생자의 규모는 이번 세월호 희생자 숫자보다 많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힘들어 진다.

    <<2011년 일본쓰나미와 대한항공007편 격추사건>>

    2011년 일본 쓰나미때 약 2만3천여 명이 사망 실종되었다. 당시 일본인의 질서정연함과 냉철한 대처는 전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일본은 쓰나미를 희생자 2만3천여 명을 감내했다. 우리에게도 세월호침몰사건 이전 대형사고가 있었다.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공군기에 격추되었다. 승무원까지 포함하여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연일 소련을 규탄하는 집회가 서울운동장 등지에서 있었다. 방송에서는 ‘약소국가의 설움’을 되뇌면서 슬픔을 전했다. 그러나 뜻밖으로 이 사건으로 자유우방국가가 단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북해도 와까나이 레이더기지에서 소련 공군의 무선망을 감청하였다. 대한항공007편을 미국첩보기로 오인한 소련의 실수를 유엔안보리에서 증명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고 ‘약소국의 설움’은 88올림픽을 맞아 부국강병으로 승화되었다. 이미 사건은 벌어졌다. 희생자의 고통을 온 국민이 공유했다. 문제는 이 희생을 어떤 방향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세월호 희생이 국민 개개인의 안전 확보로 이어지는 대신에 반정부 투쟁으로 나간다면 최악의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조짐은 확산되고 있다. 언론과 좌파세력의 선동된 민중(民衆)을 막을 방법은 지각(知覺)있는 국민(國民)의 힘밖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