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권하는 사회…기초교육은 ‘적고’ 금전지원은 ‘편중’

  •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또 다른 이름은 [창업경제]이다.
    ICT(정보통신기술)‧과학기술 융합으로 대표되던 창조경제의 개념이 아리송하다는 비판이 들끓을 때 그 빈틈을 메워준 것은 ‘창업’이었다.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은 그렇게 창조경제의 핵심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경제혁신3개년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창업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세계적인 신화를 써 내려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향후 3년 간 4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키로 약속했다.

    임기 초부터 고용률 70% 달성하겠다던 새 정부의 밑그림에는 일찌감치 청년창업활성화 방안이 주요 정책으로 꼽혔다.

    지난 1년 여간 창업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발표는 조금씩 손질돼 다섯 차례나 발표됐다.
    엔젤투자 세제지원, 과세제도 지원 변경 등이 주요 골자이다.

    <뉴데일리>는 지난 19~20일 서울 신촌‧종로‧강남 등지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만나 창업의 온기를 물었다.

    연일 언론을 타고 쏟아지는 대통령의 창업 예찬론에 창업을 꿈꾸는 이는 많았으나 실제 가까운 시일 내에 도전하겠다는 젊은이들은 적었다. 정부의 지원방안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동시에 일부 산업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 이른 나이 창업하면 졸업 못한다?

     

    이른 아침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현(22)씨는 다음달부터는 학교 장학재단에서 주최하는 기업체 대표이 멘토로 강의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신청해뒀다.

     

    어릴 적부터 저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지금은 학교에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이곳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요.
    또 고객 마케팅 등 나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믿고 배울 텐데 못찾겠더라구요.


     

  • ▲ 서울시내 한 대학가에 걸린 창조관광사업 공모전 모집 플래카드. ⓒ 뉴데일리 주환규 인턴기자
    ▲ 서울시내 한 대학가에 걸린 창조관광사업 공모전 모집 플래카드. ⓒ 뉴데일리 주환규 인턴기자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용원(25)씨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창업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방학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iO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벤처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관련 기술도 배웠다.

     

    창업 시기는 솔직히 언제가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우선 학업을 하면서는 힘들 것 같고….
    아이디어와 기술, 돈도 많이 드니까 쉽지 않네요.


    조씨는 몇 해 전 창업 공모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때도 사장님이 되기를 망설였다.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은 잇따랐지만 정작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때 사무실이랑 다 지원을 해줬는데,
    학업이랑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휴학을 이어갈 수도 없었고
    결국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학교를 택했죠.
    일단 졸업은 해야하잖아요.
    사실 실패를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 “아이디어 있어도 기초 지식 없어 장애물”

     

    한국 최초 우주인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고산씨가 운영하는 타이드 인스티튜드는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로 입체화해 미리 완제품을 만나는 스타트업 전문 업체이다.

    스타트업 프로그램은 2박 3일간 아이디어를 모은 뒤 이를 구체화 시켜 창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으로 매회 마감행진을 보이고 있다. 주로 찾은 이들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지연지씨는 “사실 제안설명만 들으면 정말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3D 프린터로 제작을 하는데 설계도면을 그려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 ▲ 한 예비창업자가 3D 프린터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타이드인스티튜드
    ▲ 한 예비창업자가 3D 프린터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타이드인스티튜드

     

    즉 제품 설계와 같은 기초 지식이 없이는 이 일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의미이다.
    지 씨에 따르면 전문 업체에 개인이 설계를 의뢰하는 경우, 기본 200만원에서 시작해 1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창업 아이디어로 기업에 접근하기엔 문턱이 상당히 높았다.

     

    사실 찾아보면 이런 기술을 교육하는 곳도 몇 군데 있어요.
    그런데 서울에는 많지 않고, 홍보가 잘 안되어 있어서
    창업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어려워 하세요.

    또 실제 창업을 결심한 뒤에도
    구상단계부터 창업 이후의 비전을 정하는 등
    회사의 성공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 창업도 양극화? 소규모 창업, 정부지원 뒷짐

     

    그러나 정부가 지정한 벤처창업 분야가 IT산업이나 모바일 등에 지원이 편중돼 실제 창업 수요가 넘치는 소점포 창업에 지원은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뷰티관광에 뛰어든 손정완(33)씨는 처음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사실 뷰티관광이 말이 좋지 외국인 유치하는 여행업이에요.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에서는 지원해주는 게 없어요.
    나라에서 밀어주겠다고 해도 다 대기업 중심이라
    저희 같은 소규모 업체들에는 해당이 안돼요.

    정부 정책이 IT나 특수 제조업에 집중이 돼있어서
    저 같은 경우는 신용보증재단에서 서주는 담보로 대출을 받았어요.
    사무실과 각종 기자재들을 구입하고 나니
    결국 나머지 운영비용 때문에 더 큰 빚을 지게 됐네요.

     

    대학가에 작은 카페를 낸 정연수(2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커피 맛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창업에는 돈, 몫돈이 필요했다.

     

    창업우대 대출은커녕 소상공인 대출도 못 받았어요.
    지난 6년 간 일하면서 4대 보험도 꼬박꼬박 내고
    자동차 보험도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는데
    제 명의로 받을 수 있는 한도는 천만원도 안되는 게 현실이에요.

    나라에서 해주는 대출 중에
    소규모 창업자와 관련된 상품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부모님 명의로 대출 받아야 했어요.


    현재는 카페에서 네일아트서비스도 병행하면서 진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창업지원책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창조경제활성화특별위원인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창업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창업이 중요한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땐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해서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사실 창업을 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10개가 창업을 하면 8개는 망한다고 합니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에 그 것을 잘 마무리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여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아주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