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점에 소문이 기사화, "김기춘 비서실장 아들 사망" 버젓이 보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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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후
    6박 8일 간의 새해 첫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온다.
    인도와 스위스 국빈방문에 이어 다보스포럼까지
    빼곡한 일정 보낸 박 대통령은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핵심관계자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고지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다.”

        - 청와대 관계자

     


  •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에 휘말렸다. 청와대는 22일 스위스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를 부인했다. ⓒ 이종현 기자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에 휘말렸다. 청와대는 22일 스위스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를 부인했다. ⓒ 이종현 기자

     


    한국에서 갑자기 불거진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설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다.

    소문은 지난해 말 불의의 사고를 당한 김기춘 실장의 장남이 사망했고 
    자신의 건강상 문제도 안고 있던 김기춘 실장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

    그럴듯해보이는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정치권에 퍼졌고 
    일부 언론에서는 후임 비서실장까지 거론하며 소문을 기정사실화 했다.

    불과 10시간여 뒤에 한국에 도착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빠른 대응을 한 것도 
    소문이 더 이상 퍼지기 전에
    반드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표명설, 조기퇴진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설(設)에 그쳤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 동안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등
    빈틈없는 업무 수행을 이어왔다.

     

    ◈ "김기춘 비서실장 아들 사망" 버젓이 보도

     

    김기춘 사의설 보도를 처음 시작한 매체는 <서울신문>.

    이 매체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 김기춘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했고,
    2. 박 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하지 않고 [귀국 후 보자]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순방 이후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뜻이라고 이 매체는 해석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밝힌 내용은 전혀 달랐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스위스에서 귀국 직전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만약 청와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대형 오보다.

    [임명]이 아닌 [사의 표명]은
    본인이나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서에
    확인 취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쉽게 오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오보로 보기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먼저 시점이다.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부재 속에서 소문이 급속히 퍼졌고
    대통령 수행단이 귀국을 위해 비행기를 타면서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시기에 보도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 매체는 박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이후
    [인사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차기 비서실장 후보군까지 함께 내보냈다.

    다분히
    김기춘 실장의 사퇴를 종용하려는 의도가 담긴
    악성루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김 실장의 사의설과
    지난 연말 교통사고를 당해 투병 중인 장남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중년 아들 성원(48)씨가
    22일 사망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생을 마쳤습니다. (중략)
    김 실장의 장남 사망과 김 실장의 사의설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확인결과 김 실장의 아들은 사망하지 않았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였다.

     

  •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설에 휘말렸다. 청와대는 22일 스위스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를 부인했다. ⓒ 이종현 기자

     

    그러나 이 보도는 한달 가까이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인
    김 실장의 아들까지 등장시켜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 물러난다는
    [사의설]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23일 오전에 등장한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위 기사는 
    현재는 온라인에 존재하지 않는다.


    ◈ 靑 "사실무근" 김기춘 흔들기는 與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각설과 관련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을 보좌하는 중심 축인
    비서실장의 교체설이 여러 모습으로 끊임없이 나도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여권 일각의 [김기춘 경계론]
    크게 반영돼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기춘대원군]이라는 야권의 공개적인 비아냥 보다
    뼈아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 ▲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맨 오른쪽).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맨 오른쪽).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특히 대선이 끝나고 1년여 지나면서
    친박과 비박의 경계가 희미해 지는 틈을 타
    여권의 [새판짜기] 기류까지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기 당권이 달린 전당대회, 국회의장 선출 등
    빅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파워게임이 궤도 위로 오르는 양상이다. 


    "김 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온 뒤
    대통령과 소통에 몇몇 인사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

    당 내부에는 청와대의 뜻이라고
    내려오는 지시사항들이
    김 실장의 의견이 아니냐는 소리도 많다."

              - 여권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