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사 뒤에 따르는 새해 첫 전투
    일년 내내 우려먹는 북한 신년사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 2014년 새해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하는 김정은 / 뉴포커스DB
    ▲ 2014년 새해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하는 김정은 / 뉴포커스DB


    ▲ 2014년 새해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하는 김정은 / 뉴포커스DB
    북한은 김일성시대부터 김정일, 김정은대에 이르기까지 새해 아침마다 신년사를 한다.
    김일성은 육성으로 했지만 그가 사망한 뒤 김정일은 한번도 육성으로 하지 않았다.

    김정일 통치시기에는 신년사 대신 노동신문 정론을 발표했다.
    말이 바뀔 뿐이지 내용은 다름이 없다. 북한에서 신년사는 한마디로
    올 한해에 들어서면서 북한주민들이 해야 할 과제를 공시한 것과 다름이 없다.

    2012년 탈북한 무산출신 김병길어르신은 "신년사가 노동신문 일면에 나오면
    신년사 때문에 죽도록 고생할 사람은 백성들뿐이다.
    해마다 1월 3일만 되면 곳곳에서 올해 첫 전투인 '인분 모으기'가 시작된다."고 증언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설 다음날이면 커다란 포대나 리어캉을 끌고 동네 변소로 향한다.
    항상 이맘때면 넘쳐나던 인분이 대 인기이다.
    인분 모으기를 북한에서는 새해 첫 전투라고 하는데, 서로마다 자기 앞에 떨어진 할당을 하느라 움직이는 모양새가 정말 전투장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한 가족도 개인당 맡은 과제가 있다.
    남편은 직장에서 과제가 나오고 아내는 인민반 과제를 해야 한다.
    아이들은 또 그들대로 학교과제가 있다.

    사람들은 설날 신년사를 들으면서 다음날부터 신년사관철이라고
    인분 모으기에 나갈 생각을 하며 근심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한편 2011년 탈북한 김경심씨는 "인분전투는 신년사관철의 첫 전투이고,
    다음으로 힘든 것은 신년사에 대한 전 주민들이 학습과제이다.
    일단 신년사가 발표되면 공장, 기업소, 인민반별로 신년사를 관철하기 위한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충성의 모임부터 조직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신년사를 체계별로 나누어서 강연제강을 만들어 전 주민이 학습한다.
    추운 겨울날 매주 목요일이면 시장에도 못나가고 여맹강연회에 참가하여야 하며
    거기서 받는 학습과제를 다음 주까지 무조건 외우는 문답식경연에 참가하여야 한다."고 전했다.

    경심씨는 "뿐만 아니라 신년사는 봄이나 여름철 강하천이나 철길주변 정리 동원할 때도 빈번히 등장한다. 곳곳에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을 무조건 수행하자'라는 구호를 내건다.
    또한 신년사는 한해가 저물어가는 가을걷이전투에도 어김없이 나붙는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김정은 신년사내용을 보니 예전과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비록 반 시간도 못되게
    하였지만 그가 읽어 내린 신년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과 부담을 초래하는 시작이라고 본다.
    1월 3일이면 인분전투로 시작된 주민들 고통은 신년사관철이라는 무조건적인 명령지시로 인해 한해 말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서 "1월이면 북한은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데 그 추위에 신년사를 관철한다고 숱한 사람들이 언 손을 불며 인분 모으기에 나설 생각을 하니 안쓰럽다.
    신년사를 한자로 풀이하면 새해를 맞이하여 공식적으로 하는 인사말이지만,
    북한의 신년사는 명실공히 주민들에게 내려지는 무조건적인 명령전달이다."라고 증언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