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숙청이 있을 때마다 내려지는 것은?

    박주희 기자 /뉴포커스
     

  • ▲ 기념사진을 찍는 김정은 / 뉴포커스DB
    ▲ 기념사진을 찍는 김정은 / 뉴포커스DB


    최근 북한은 김정은의 고모부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에 대한 공개적인 숙청이 진행되었다.

    북한통치자의 숙청은 이미 3대를 거슬러가며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피비린 숙청 뒤에는 어김없이 뒤따르는 후열조치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통치자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 남겨진 숙청자들의 모습을 지우는 작업이다.

    북한에는 김씨일가에 관련한 모든 것에 1호라는 말을 붙인다. 해마다 열리는 수많은 정치행사들에 대표로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1호 촬영, 즉 김씨일가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영광이 차려진다고 한다.

    2012년 탈북한 김재욱어르신은 올해 75세이다. "예전에 김일성이 통치하던 1960년대 중반에는 도서회수작업이 많이 진행되었다. 그 시기에 '스탈린저작집'을 비롯한 러시아 도서들이 많았다. 스탈린이 정권에서 물러난 것과 동시에 그의 서적을 정부에서 전부 회수해갔다."고 증언했다.

    "또한 '항일무장투쟁참가자들의 회상기'에서 박금철이나 이효승이 쓴 책들은 모조리 회수했다. 그들은 일제 시기 국내에서 활동한 혁명가로, 김일성이 정권을 잡은 뒤 반당분자로 숙청된 사람들이다."고 전했다.

    2013년에 남한에 정착한 무산출신 이옥실씨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 아버지가 김일성이 참가하는 대회에 참가하여 찍은 기념사진이다. 집안의 가보처럼 제일 깨끗한 벽에 걸어놓은 1호 사진을 보며 늘 부러워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루는 친구네 집에 공부하러 갔는데 늘 벽에 걸려있던 1호사진이 없어졌다. 친구에게 물었더니 도당선전부에서 회수해갔다고 한다. 얼마 후 다시 벽에 걸어놓았는데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사람이 서있던 자리에는 종전 얼굴 대신 까만 먹칠을 한 것처럼 보였다. 찬찬히 보니 앞줄에 선 간부 2명의 얼굴과 몸에만 까만색으로 표시했다. 북한에는 공개적으로 숙청하는 경우보다 비공개로 하는 것이 많다보니 누구의 얼굴을 지웠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정일 정권시기에 들어서면서 1호 사진에서 간부들의 얼굴을 삭제하는 회수가 예전보다 더 늘었다. 당시 농업비서를 숙청하면서 농업대회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부 도당에서 회수했다."고 전했다.

    "삼촌이 평안남도에 있는 농장 관리위원장이었는데 김정일과 간부 여럿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북한 1호 사진도 급이 있는데,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찍은 사진보다 적은 인원이 모여서 찍은 사진은 급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진을 농업위원회 선전부에서 가져가더니 얼마 후 종전사진과 전혀 다른 새 사진을 가져왔다. 분명히 김정일이 가운데 서고 거의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옆으로 나란히 서있는 사진이었는데, 3명이 사라지고 7명만 찍은 것처럼 합성을 했던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서 "북한은 숙청이 이루어질 때마다 가정집 벽에 걸려있던 1호 사진이 내려진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수령신격화에 오래전부터 이미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신격화 얼룩은 김일성 시대로부터 김정일 시대에는 더 많은 얼룩을 남겼다."고 말했다.

     

  • ▲ 북한 1호 사진에서 사라져버릴 장성택 / 구글이미지
    ▲ 북한 1호 사진에서 사라져버릴 장성택 / 구글이미지

    "이것은 김일성 시대보다 김정일 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이 숙청당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김정일정권의 이번 장성택숙청은 새 정권의 숙청역사가 공개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암시인 동시에, 장성택의 얼굴을 모두 삭제하고 검을 얼룩을 남기는 1호 사진을 만들어 낸 셈이다."고 했다.

    옥실씨는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공개적인 숙청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갈수록 숙청의 바람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주민들은 앞으로도 숙청과 함께 남겨질 1호 사진에 새롭게 생겨나는 많은 얼룩들을 보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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