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딸 바보 아빠가 원하는 사윗감

    서영석  /뉴포커스
      
    남한이나 북한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열성적이다.
    남한에서는 ‘딸 바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사내아이를 더 좋아하는 북한에서도 딸자식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과,
    금쪽같은 딸을 시집보낼 때의 아쉬움 역시 남한과 마찬가지다.
     


  • 그렇다면 딸을 가진 북한의 아버지가 사위를 얻을 때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위의 출신성분이나 능력 등도 고려하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얼마만큼 떨어진 곳에 사느냐다.”라고 탈북자 김철민(가명) 씨는 말을 꺼냈다.
     
    “첫째 딸을 멀리 시집보냈더니 10년 넘게 얼굴 한번 못 봤다.
    손자도 낳았다는 소식만 들었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딸도 먹고살기 바쁘고 기차표나 여행증명서를 얻기마저 어렵다 보니 이산가족이 된 셈이다.
    그래서 둘째 딸은 무조건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에 시집을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남자가 아무리 잘났어도 멀리 살면 절대 딸을 시집보내지 않을 심산이었다”고 증언했다.
     
    만약 시집간 딸이 아버지를 만나러 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우선 여행에 필요한 기차표와 증명서를 준비해야한다.
    힘들게 기차표와 여행증명서를 마련했다고 해도 고생은 이제 시작이다.
     
    서울에서 부산거리를 10일 넘게 걸리는 북한이다보니 오지를 떠나는 심정으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솥에다 밥을 가득해서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여러 봉지로 나누어서 배낭 하나를 가득 채워야 한다.
     
    지나가는 차 한 대 구경하기 힘들다 보니 들기만 해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기차역까지 몇 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기차역에 도착했다고 바로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 일 만에 기차 한 대가 오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근처에 아는 사람 집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기차역에서 도둑과 신경전을 벌이며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드디어 며칠 만에 기차가 도착하면 마치 피난열차에 몸을 싣듯 저마다 주먹을 쥐고
    비장한 각오로 기차에 올라야 한다. 한국의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유사한 장면이 벌어지는 것이다. 잠시 끝나는 출퇴근과 달리 이 상태로 몇 날 며칠을 가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자리의 불편함은 문젯거리도 안 된다. 악취를 참아야 하고 젊은 여자는 성추행도 당한다.
    그래도 어디 가서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다. 이렇듯 오고 가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서럽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하면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걸어가는 여자도 있다.
     
    운전사가 최고의 신랑감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의 열악한 교통환경이 사위를 고르는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