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는 장마가 없다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유례없이 긴 장마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뒤늦은 휴가를 즐기려 산과 바다로 놀러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처음 장마를 경험한 탈북자들은 ‘한국에는 장마가 없다’고 말을 한다.

    온성 출신의 탈북자 최 홍미(가명)씨는 “TV에서 장마가 끝나간다고 했는데 도대체 언제 장마가 시작했었는지 조차 전혀 느끼지 못했다. 평소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북한에서 장마라면 일단 길이 질퍽거리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흙이 무너져 내리거나 물이 넘쳐 흘러내리고 외출하기 힘들어야 비로소 장마라는 것이 실감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송 채연(가명)씨는 “북한에서 장마가 끝나는 지금쯤이면 물이 범람하면서 넘친 쓰레기 악취가 넘칠 거예요. 장마가 시작되면 학교에 안가는 날이 더 많아지죠. 길도 나쁘거니와 치워야할 일이 많아지니까요. 한국의 장마란 단지 비가 좀 많이 오니 조심해라는 정도밖에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덥지 않게 냉방이 되어있고, 포장된 도로를 걷고, 직장에서도 하루 종일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불어 더위를 느끼기가 힘들 정도에요. 장마는 고사하고 여름이란 걸 느끼기 조차 힘들 정도로 한국은 시원합니다. 사실 처음 한국에 올 때 더운데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하고 고민도 많았거든요”라고 송 씨는 웃으며 말했다.

  • 한국생활 5년째인 최 미리(가명) 씨는 “장마에 대비하는 모습도 놀랍지만 피해복구를 하는 것이 더 대단했다. 길을 가다 복구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사람은 보기 어렵고, 오로지 장비들만 움직이는게 신기했다. 북한에서 이런 일을 시작하며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모여 있기 때문이다.” 고 색다른 경험을 이야기 했다.

    북한에서 장마에 대한 피해는 연중행사처럼 벌어진다. 왜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북한이라고 장마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마저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해 보이는 것이다. 주민들도 책임의식이 없다보니 모든 것을 천재지변으로 여길 뿐 인재로 여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한국과 북한 장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마가 끝났을 때다.
    한국에서 장마가 끝나면 휴식을 가지러 거주지에서 멀리 떠나지만, 북한에선 장마가 끝나면 거주지로 돌아와 삶의 터전을 복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