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SBS 최재섭 럭비 해설위원럭비선수출신, 대한럭비협회 이사
  • ▲ 최재섭 KBS 럭비 해설위원ⓒ정상윤
    ▲ 최재섭 KBS 럭비 해설위원ⓒ정상윤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이 외환위기의 한파를 이겨내고 있을 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 럭비 7인제와 15인제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만들어진 [공익광고]의 카피이다.

    일본을 꺾고 7인제에 이어 15인제에서도 후반전 역전으로
    기적을 이뤄낸 럭비팀이 우리나라 국민에 용기를 주었던 사례로 꼽혀
    [공익광고]에도 출연한 것이다.

    그로부터 4년 후 대한민국 남자 럭비국가대표는 또 일을 냈다.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2관왕 2연패를 달성하며
    또다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럭비의 역사와 인프라를 비교할 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도 비교되지 않는
    일본을 이기고 놀라운 성과를 이룬 것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이후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7인제 은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동메달로 잠시 주춤했으나
    아시아 럭비계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고
    그 성과들은 놀라울 따름이다.


    대한민국 럭비공식 [62+1700=24]


    올해 5월 열린 <15인제 럭비 아시아 5개국 대회>에서
    한국은 홍콩, UAE, 필리핀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그 어떤 팀도 일본에게 <트라이(럭비에서 득점)>를 기록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결승에서 [64대5]로 패하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참가팀 중 유일하게 일본을 상대로 <트라이>를 기록했다.

    여전히 아시아에서는 2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일본에 유일하게 대적할 만한 대한민국 럭비의 발전을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 럭비의 발전을 위해 [62+1700=24]라는 공식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대한럭비협회>에 등록된 총 팀 수는 62개이며
    등록선수는 약 1700여명이다.

    턱 없이 부족한 팀과 선수.
    이런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럭비는 국제럭비위원회(IRB) 랭킹에서
    24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럭비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없고 저변이 약해서가 아니다.
    럭비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등 각 대륙의 경기대회의 정식종목이며
    전 세계적으로 120 여 개국에서 500만 명 이상의 등록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종목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62+1700=24]라는 대한민국 럭비공식은 
    럭비가 한국인의 저돌적인 기질과 불굴의 정신에 적합한 스포츠이기 때문인 것 같다.


    [7인제 올림픽], [15인제 월드컵]
     


    1924년 이후 92년 만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7인제 종목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럭비.

    세계는 현재 럭비 인구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럭비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아쉽게도 정식럭비로 규정되는 15인제 럭비가 아닌
    약식 럭비인 7인제 럭비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 채택되어 경기가 열리는데,

    이는 보급의 용의성, 승부의 의외성, 양성이 평등하고 참가할 수 있는 접근성,
    대회진행과 휴식일이 짧은 간편성 등의 이유에서다.

    7인제 럭비는 각 팀 7명의 선수가 큰 운동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체력과 스피드가 중요한데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를 정도로 세계를 놀라게 한 적도 많아
    아시아  대표로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또한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노려볼만 하다.

    일본이 2019년 <럭비월드컵>을 유치했다는 것도
    우리의 15인제 럭비 발전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40억 명 이상의 TV시청자와
    개최국의 20억 달러 이상의 장기 경제효과를 낼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럭비월드컵>은 명실상부 최고의 대회다.

    일본의 개최로 아시아에 2장의 출전권이 확보된다면
    대한민국 [럭비]도 충분히 [축구]가 이룬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럭비처럼 살자"


    故조병화 시인은 <럭비처럼 살자>라는 말을 남겼다.

    럭비는 신체접촉이 많은 경기이다.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고 룰을 지켜야 한다.
    또 심판의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럭비가 필요하다.
    <왕따>,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은 럭비에 있다.

    럭비의 교육적 가치를 백년 이상 지켜나가고 있는 영국의 사례는 부러울 따름이다. 

    영국의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 스포츠(Sky Sports)>는 
    [스쿨오브하드록 School of Hard Knocks]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

    범죄자와 노숙자, 장기 무직자 등 사회 부적응자들을 모아
    럭비를 체험하게 한다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다시 적응했다. 

    패배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참가자들은
    럭비를 통해 자신감과 책임감을 회복했고,
    다양성의 존중과 협동을 실천했다.

    결국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체득했고 
    절제력과 잠재력을 키웠다.

    이 프로그램은 <스포츠를 통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찬사를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럭비의 이러한 가치가 저변확대와 보급으로 이어져
    62개 팀의 1700여명의 선수 숫자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경기력이 향상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럭비는 1923년 일본에 의해 처음 소개됐고
    정당한 방법으로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항일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일본은 넘어야할 벽이자 라이벌이다.
    어려운 시절 럭비가 끈질기게 살아남아 일본 땅에서 우승을 거두었던 것처럼
    내년 아시아경기대회 우승과 올림픽 출전 그리고 럭비의 저변확대를 기대해 본다.


    정리=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