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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안종현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만남이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처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방미 사절단에 동행한 재계 총수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다.취임 전부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들고 나온 박 대통령이기에,
재계 서열 1위 이 회장과의 만남은 언제가 될지부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쉽지 않았다.
우선 박 대통령이 국내 경제인들과의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외국 투자기업 대표들을 청와대까지 초청해 [투자확대]를 요청하는 등
친 기업적 성향을 드러냈지만, 유독 국내 재벌 총수들과의 만남은 꺼려왔다.여기에 이 회장의 거동이 불편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은 만난 적이 있다.당초 박 대통령과 이 회장의 만남은,
전날인 7일 저녁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으로 예정돼 있었다.박 대통령이 성공적인 미 의회 연설을 끝마치고 여는 파티에 참석키로 했었지만,
결국 이 회장은 만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이유는 건강상의 문제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음날 아침 식사 자리에 나타난 이 회장은 극도로 몸이 불편한 모습이었다.
건장한 두 명의 남자가 이 회장의 양 팔을 받치며 거동을 도왔다.이 회장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워
불편한 몸에도 불구, 힘들게 참석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일각에서 나왔다.이 회장의 이 같은 모습에 박 대통령도 미안한 표정을 보이며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곳까지 어려운 걸음한 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건넸다.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예상 외로 거동이 불편한 것에 청와대 비서관들도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간담회를 진행한 조원동 경제수석은 이 회장의 발언을 요청하면서,
"몸이 불편하시니 가급적 앉아서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과의 공식적인 간담회에서 앉아서 발언하도록 주문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
불편한 거동에도 불구, 이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방침에 적극 동조했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창조경제는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동반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삼성은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겠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삼성이 그간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 내세운,
협력사와 동반성장 전략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다.삼성은 올해 5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