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때마다 '존폐' 논란 뜨거워성 평등 수준 135개국 중 108위에 불과
  •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된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이 ‘박근혜 정부’에도 일고 있다.
    정부 부처의 ‘변경’은 사실상 정부의 전 조직이 수술대에 오르는 인수위 시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여성가족부’가 그대로 존재한다.

    국회에서 여야가 개편안을 두고 대립하고 있으나 여성가족부와는 관계가 없다.
    ‘통상’ 업무 이전이 문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일부 남성단체를 중심으로 ‘여성부 폐지’에 불을 당기는 모양새다.

    ‘남성연대’ 성재기 상임대표는 4일부터 8일까지 인수위 앞에서 여성부 폐지를 위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그는 “여성부 폐지를 외치는 사람은 열명 중 아홉명”이라고 주장한다.

    성 대표는 지난 1일 오후에는 “여성부 폐지 공격을 개시하자”고 트위터와 인터넷TV를 통해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동조한 네티즌들이 몇 시간 만에 수천 건의 “여성가족부 폐지” 제안을 인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게시판이 마비되기도 했다.


  • ▲ 4일에도 인수위 국민참여제안 코너에는 여성부 폐지 관련 글이 줄을 잇고 있다. ⓒ 인수위 홈페이지
    ▲ 4일에도 인수위 국민참여제안 코너에는 여성부 폐지 관련 글이 줄을 잇고 있다. ⓒ 인수위 홈페이지

     

    ◈ 성 평등 수준 135개국 중 108위


    지표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성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135개 국 중 108위이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으로 해방 직후부터 60년 간 큰 변화가 없다. 임금 격차도 남성 100 기준으로 여성은 61.8 불과해 OECD 국가 중 격차가 가장 크다.

    문제는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성차별의 인식이 정도를 달리한다는 데 있다.

  • ▲ 남성연대 성재기 상임대표가 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재기 트위터
    ▲ 남성연대 성재기 상임대표가 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성재기 트위터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한국리서치에 의뢰에 20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2012 여성정책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성차별 의식은 10%p 이상 차이를 보였다.

    먼저 남성의 경우 29.2%가 “성차별이 과거에 비해 줄어서 문제 없다”고 답했다.
    특히 2.6%는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했다. 응답자 10명 중 3명꼴로 '성차별'이 없다고 답한 셈이다.

    반면 여성 48.9%는 “과거에 비해 줄었으나 여전하다”고 답했고, 31.3%는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고 했다.
    여성 10명 중 8명이 “성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남성의 17.4%는 “이미 완전 남녀평등이 이뤄졌다”고 봤으나, 69.5%는 향후 10년 안에는 남녀평등이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 26.3%는 “평생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남성의 10명 중 7명은 우리나라의 성차별이 10년 안에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본 셈이다.


    ◈ 여성가족부가 ‘밥그릇’ 챙겨야


    여성부가 역차별 등 각종 논란 속에서도 지금껏 살아남기까지는 남성들의 ‘지지’가 일정 역할을 했다.
    일부 남성들은 ‘실효성’ 등을 외치며 폐지를 주장하지만, 그 외에는 온전한 존치를 외치진 않더라도 그래도 남는 편이 ‘성평등’에 보탬이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때 일이다.
    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다”고 말해 여성계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의 폐지만 요구한 게 아니었다.
    외교부와 업무적 중첩성이 큰 통일부도 없앨 계획이었다.
    그러나 반발은 여성가족부 쪽에서 더 컸다.

    이때 여성가족부가 호주제 폐지 등 그동안 한국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여성가족부가 진두지휘해 현재보다 나은 '성평등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였다.
    양성대결로 번졌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두 부서 모두 여야의 반대에 부딪혀 존치로 방향을 틀었다.


  • ▲ 여성가족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5년 수면을 연장하게 됐다. 그 이후 수명은 여성가족부에 달려 있다. ⓒ  뉴데일리
    ▲ 여성가족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5년 수면을 연장하게 됐다. 그 이후 수명은 여성가족부에 달려 있다. ⓒ 뉴데일리

    사실 따지고 보면, 여성가족부가 논란에 섰던 것은 ‘여성’보다 ‘청소년’ 업무 때가 더 많았다.
    지난 한해만 살펴봐도 음반 및 음악파일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게임 셧다운제 재검토 논란 등은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과도한 시행으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수년 째 낭떠러지에 서 있는 부처가 여론의 비판을 온몸으로 받으니 평가는 좋을 리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로서는 5년이라는 ‘기회의 시간’을 얻은 셈이다.
    여성가족부는 2013~2017년 추진할 최우선 여성정책으로 ‘경제적 역량 강화’를 선정했다.
    과거에는 호주제 폐지 등 인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평등한 경제력에 초점을 맞췄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100:60을 보이는 임금격차부터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제 논란을 양산하고 예산만 쓰는 부처가 될 지, 양성평등에 필요한 부처가 될지는 온전히 여성가족부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