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유사 민족종교 창시자..“김 차관 수백 번 만나”북한공작원 스스로 찾아가 사상학습, 군 해안초소 기밀 넘겨재판부, 피고인 신문사항 판단 결과..증인 채택 결정
  • ▲ 장씨 등 피고인들이 북한공작원에게 자신들을 `통일운동가'라고 소개한 자필 문서.ⓒ 연합뉴스
    ▲ 장씨 등 피고인들이 북한공작원에게 자신들을 `통일운동가'라고 소개한 자필 문서.ⓒ 연합뉴스


    북한공작원을 스스로 찾아가 교육을 받고, 우리 측 해안 경비초소의 감시카메라 성능 등 군사기밀을 넘겨 간첩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에서 현직 통일부 차관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동훈)는 30일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모(59), 유모(58·여)씨에 대한 재판에서 김천식 통일부 차관을 피고인측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검찰의 기소내용 대부분이 김 차관과 사전에 상의하고 한 일이고, 북한측과 접촉한 뒤에는 늘 통일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김 차관의 증인채택을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출한 신문사항이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거나 추상적이면 증인 신청을 거부할 방침이었으나, 확인 결과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민간통일운동을 목적으로 ‘한민족공동체협의회’라는 이름의 유사 민족종교를 창시한 장씨 등은 2007년 9월 중국 단둥에서 활동하던 북한공작원을 스스로 찾아가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강원도 삼척 인근 군 해안초소 감시카메라 성능과 제원, 설치장소 등의 정보를 북한공작원에게 제공했다.

    피고인들은 ‘아들을 김일성 대학에 입학시켜 김정일 위원장 품 안에서 키우고 싶다’는 자필 충성 맹세문을 북측에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이들이 통일사업을 빙자해 중국을 드나들면서 북한공작원으로부터 사상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수사단계부터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모든 내용을 김 차관과 상의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차관과 수백 번 만났다.
    1985년께부터 김 차관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오직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통일사업을 한 것일 뿐,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없었다.


    나아가 이들은 자신이 만난 사람이 북한공작원인 줄 몰랐고, 전달한 정보가 군사기밀이란 사실도 몰랐다며 무죄를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증인으로 채택된 김 차관은 장씨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피고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김 차관에 대한 증인신문기일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김 차관과 만날 때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라며 추가로 신청한 증인 4명도 모두 소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