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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연인 한혜진나얼

    왜 헤어졌을까?

     

    배우 한혜진과 가수 나얼이 9년동안 사귀다가 헤어졌다고 한다.
    한혜진은 31세, 나얼은 34살이니, 각각 22살과 25살의 청춘 남녀가 9년을 연인관계로 만났다가 남남인 관계가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에 대해 한혜진의 소속사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올해 두 사람 모두 바쁘게 활동하느라 만남이 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결별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바쁘게 활동하다 만남이 뜸해졌다 - 우리나라에서 젊은 연예인들이 만났다가 헤어질 때 쓰는 상투적인 말이다.

    한혜진 - 나얼 외에도 커플이나 부부들은 수시로 헤어진다.
    연인관계였다가, 혹은 부부관계였다가 갈라지면 이유야 어쨌든 아주 큰 고통에 시달린다.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오죽하면...이라고 동정심도 생긴다.

    아직 젊은 두 사람이 새로운 짝을 만나서 행복한 인간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은 자기에게 맞는 짝을 만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다보니, 만난다고 소문나고, 헤어졌다고 소문나니, 두 사람이 겪어야 할 고통도 매우 클 것이다.

    이름없는 사람들의 결별이야 소리소문도 없이 이뤄지지만, 연예인이나 유명인, 재벌 2세 자녀들의 이혼은 세상이 떠들썩하게 다 알게 된다.
    이들이 헤어지는 이유는 뭘까?
    인생에서 배우자에 대한 부분은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니 흥미꺼리로만 볼 일이 아니다.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성격차이에요."

    유명인들이 가장 자주하는 변명이다. 유명인들만 성격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혼하는 모든 커플들의 가장 큰 이유가 성격차이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09년 약 12만건에 달하는 이혼사유 중 성격차이가 5만7천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경제문제 1만7천건, 배우자부정(불륜) 1만건, 가족간 불화 9천건, 정신 육체학대 6천건이다.
    성격차이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

    이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부부가 만나 살다 보면 돈이 없는 것도 힘들고, 배우자가 바람피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몇 배 힘든 것이 바로 그 성격차이라는 것이다.
    성격차이(57,000)는 경제문제(17,000)의 3.4배나 된다.
    배우자 부정보다는 5.7배나 된다.

    그런데 이 성격차이라는 이유만큼 애매하고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것이 없다.
    치약 짤 때 여자는 맨 끝에서부터 가지런히 짜는데, 남편은 중간부터 눌러짜서 모양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성격차이일까?
    아내는 짬뽕을, 남편은 짜장면을 좋아하는 것이 성격차이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고전을 통해서 성격차이가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남자인 아담은 인류 최초의 여성인 이브를 만났다.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만났다가 가정을 꾸미고 자녀를 낳았다.
    직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도 아니고 학교에서 만난 동창생도 아니다.

    그런데 아담이 이브를 처음 만났을 때 나온 첫 마디는 무엇이었을까?
    바이블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다.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고 부르리라.”

         The man said, "This is now bone of my bones and flesh of my flesh;
         she shall be called 'woman, ' for she was taken out of man."

    남녀관계로 만난 남자가 여자를 보고 한 첫 마디는 “너는 내 뼈, 너는 내 살”이라는 말이었다.
    뼈와 살은 글자 그대로 뼈와 살을 말한다.
    살을 뜻하는 flesh라는 단어는 먹는 고기를 뜻하기도 하고, 혈육을 뜻하기도 한다.
    육체적인 욕망을 말할 때도 이 단어를 쓴다.
    이 썩어 없어질 고깃덩어리라고 염세적으로 말할 때도 이 단어를 쓴다.

    아담과 이브는 여러 가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이블은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옮겨놓았을 것이니, 결국 부부로 발전하는 남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뼈와 살의 관계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오랫동안 독수공방하던 아담이 자신과 함께 인생을 살아갈 동반자를 봤을 때 첫 마디가 어땠어야 할까?
    상상력을 동원해보면 이렇다.

       1. 당신은 나의 이상형이어요.
       2. 당신 너무 아름다워요.
       3. 어디에 사시나요?
       4. 학교 어디 나왔어요?
       5. 우리 부모님 모실 수 있나요? 자녀는 몇 명 나을까요?
       6. 인류공영을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7. 우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갑시다.
       8. 당신은 꿈이 무엇인가요?
       9. 열쇠 있으신가요?

    아담이 던진 첫 마디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큰 이상을 보여주지도, 아름다움을 칭송하지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내 뼈, 내 살, 어찌 보면 말초적이요 형이하학적이요, 감정적이다.

    이것은 연인관계 특히 부부관계의 핵심은 뼈와 살이 맞닿는 그런 관계가 가장 큰 본질이라고 바이블은 말하는 것이다.

    만약, 요즘 시대에 남자가 여자를 만나서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당신은 나의 뼈, 나의 살”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변태, 저질 아냐?
    따귀를 맞을지도 모른다.



    뼈와 살이 맞닿는 관계,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확한 한국식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속궁합이라는 말일 것이다.
    너는 내 뼈, 내 살이라는 말은 “속궁합이 맞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뼈와 살이 부부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이라면, 많은 경우에 결혼할 때 본질을 제쳐놓고, 두번 째 세번 째 중요한 것을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있다.
    상대방이 예뻐서, 아니면 늠름해서, 혹은 똑똑해서, 아니면 학력이 비슷하거나 살아온 배경이 유사하거나, 혹은 습관이나 종교가 같아서 등을 첫번째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겉으로 아무 결함이 없어보이고, 학력이나 경제력이나 집안 배경이나 외모나 건강이나 뭐 빠지는 것이 없는데도 헤어지는 부부들 적지 않다.
    이들은 그저 민망해서 ‘성격차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하지만, 바이블은 부부가 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뼈와 살이 살갑지 못해서 라는 암시를 준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결혼하기 전에 속궁합을 맞춰봐야 하나?
    잘 맞으면 좋지만, 만약 안 맞는다면 어쩔라고?
    맞을 때 까지 계속 시험해 봐야 하나?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이다.

    그러나, 인간사는 참 묘하다.
    속궁합을 맞춰본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떠돌아다니면 더 큰 문제와 돌이키기 힘든 어려움에 빠져든다.
    상대방이 앙심을 품고 요즘같은 세상에 핸드폰으로 찍어서 유포라도 하면 막을 방법도 딱히 없다.
    남녀관계 복잡한 사람, 말년이 더럽게 힘들어지고 추잡해지고 아주 많은 경우에 파멸에 이른다.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 현실적인 대안은 이렇다.

        1. 내 뼈와 살이 누구인지, 인도해달라고 기도한다. (아주 진지하게)
             먼길 떠날 땐 한번 기도하고, 직업 얻을땐 두번 기도하고,
             결혼할 땐 세번기도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2. 어른들의 충고와 조언과 승락을 받아서 결정한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훨씬 높다.
             인생을 훨씬 더 오래 산 경험자의 조언은 아주 중요하다.

        3. 너무 심각하지 않은 가벼운 스킨십으로 탐색해본다.
            뼈와 살이 안 떨린다면, 짝이 아니다.

        4. 신중하게 시간을 두고 결정한다.
            성급하게 깊은 관계로 가면 매우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