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물가에 갔다가 빠져버린 안철수 어린이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안철수의 좌절은 그가 문재인 진영과 단일화를 하기로 했을 때 이미 결정된 것이다.
    문재인이 몸담은 진영에 양보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이고, 안철수가 그 벽을 허문다는 것은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 만큼이나 말 따위도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어쩐지 우물가에 간다 싶더니, 그예...

    문재인이 몸담은 변혁 세력은 완강한 집단 이데올로기, 진리독점에 대한 확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쟁취정신 등에서, 까짓 안철수 정도의 풋내기 ‘귀족 엘리트’ 개량주의로 뒷걸음질 칠 사람들이 아니다.

    문재인 쪽이 겉으로는 ‘통 큰 양보’ 어쩌고 했지만 안철수는 이미 ‘단일화’라는 이름의 통일전선의 늪에 빠져버렸던 것이다. 빠진 게 아니라 어린애처럼 기어들어가 허우적거리다가, 진 수렁 속으로 가라앉은 꼴이다.

    대체 거기가 어딘 줄 알고 기어들어 갔단 말인가?
    겉으로 보기에 “진보 운동권...” 어쩌고 하니까 아마 근사해 보였던 모양? 

    안철수 정도는 운동 전위투사들을 애모하고 그에 휩쓸려가는 씸파(symphathizer, 동조자)에 불과하다.
    이런 씸파가 직업 투사들을 상대로 뭐 1대 1 협상? 그들이 보기엔 참 같잖았을 것이다.
    “저 친구 지지자들이 있으니 무시할 수도 없고... 불러서 협상하는 척 하다가 한 판으로 메다꽂아야지 뭐” 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그랬다.

    자, 그렇다면 싸움은 이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천안함은 북에 의한 폭침이었다고 하는 세력과, “천안함은 침몰이었다, 따라서 북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하는 세력의 사활을 건 한 판 승부, 이 에누리 없는 진짜 현실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이 적나라한 현실이 '안철수 현상'으로 말도 아니게 흐려졌었다.

    이 헷갈림의 측면에선 '안철수 현상'은 분명한 해악이었다. 진실과 사실을 장막으로 가리는 것은 해악이기 때문이다. ‘새 정치의 여망’ 어쩌고 들 했지만, 안철수가 한 것은 ‘새 정치’가 아니라 숱한 사람들 헷갈리게 만든 것이었다.

    그가 진실로 진지하게 ‘새 정치’를 희구했다면 그는 ‘낡고 낡은’ 구식 이념집단과 ‘가치와 철학의 공유’ 운운 하지 말았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성세력을 배척하면서도 구좌파도 단호히 거부하는 ‘진취적 리버럴’의 길을 개척하고 넓혀갔어야 한다.

    아마도 ‘청춘 콘서트’다 뭐다 해가지고 연예인 팬 같은 애들한테 박수깨나 받다 보니 세상 다 먹은 줄 알았던 모양?

    안철수 군, 젊은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그들의 비위나 맞춰주는 게 아니라 그들을 교육하고 충고하고 타이르는 것임을 아시게.
    타일러가지고는 씨도 안 먹힌다고?

    그럼 관두라지 뭐!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