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직후 주한미군 CID "패터슨, 노르테 14 조직원" 알려줘검찰 10년 지난 뒤 "범행흔적 찾아냈다"…국내재판 받을 것
  • 현지시간 23일, 美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이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패터슨에 대한 우리 정부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받아들였다.

    아더 패터슨은 199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당시 홍익대에 다니던 조중필 씨를 흉기로 9차례 찔려 살해한 사건이다.

    3대 독자였던 조 씨를 살해한 용의자는 주한미군 가족인 에드워드 리와 군속으로 일하던 아서 패터슨이었다.

  • ▲ 범행 직후 현장검증을 하던 아더 패터슨[사진:SBS 뉴스 방송캡쳐]
    ▲ 범행 직후 현장검증을 하던 아더 패터슨[사진:SBS 뉴스 방송캡쳐]

    사건 직후 주한미군 CID는 아더 패터슨을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리는 사건 이튿날 부모와 함께 CID에 자수했다. 이후 한국 검찰은 주한미군 CID로부터 용의자를 넘겨받았다.

    한국 검찰이 수사할 때 리와 패터슨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미군 CID는 패터슨이 범인일 것이라는 추정을 알려줬다. 당시 한국에 머물던 증인들도 대부분 ‘패터슨’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유는 아더 패터슨이 히스패닉계 갱단인 '노르테 14'의 조직원이라는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노르테 14’는 LA와 북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유명한 히스패닉 갱(Gang) 조직이다. 붉은 두건과 붉은색 옷을 입고 다니며 왼손에 점 4개의 문신을 새겨 조직원임을 표시한다. 자신들을 나타낼 때는 알파벳 14번째인 ‘N’과 로마자 ‘ⅩⅣ’를 함께 표시한다.

    보통 조직원 한 사람이 공격받으면 10명 이상 떼거리로 몰려가 ‘복수’를 하고 자기 영역을 표시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마약, 인신매매, 총기밀매 등이 수입원인 이들에게 살인은 ‘통과의례’이자 ‘오락’ 수준이다. 미군 CID는 패터슨이 이런 갱단 조직원이던 것을 주의깊게 봤다. 

  • ▲ 범행 직후 현장검증을 하던 아더 패터슨[사진:SBS 뉴스 방송캡쳐]

    이때 故장준하의 유골을 놓고 '타살'이라고 주장한 법의학자가 ‘범인은 피해자보다 키가 훨씬 큰 거 같다’는 소견을 내면서 검찰은 패터슨이 아닌 리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피해자 조 씨와 패터슨의 키는 170cm 내외, 리는 키 180cm에 몸무게 100kg의 거한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칼끝을 리에게 돌리면서 ‘유력한 용의자’였던 패터슨은 징역 1년이라는 가벼운 형을 살다 특별사면을 받고 미국으로 떠났다. 리 또한 2년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조 씨 유가족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패터슨을 살인혐의로 고발했다. 검찰 또한 미국으로 도피한 패터슨에 대해 기소중지 조치를 취했다.

    결국 ‘이태원 살인사건’은 ‘살해당한 사람은 있는데 범인은 없는’ 황당한 사건이 됐다.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되고 논란이 커지면서 당사자들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10년이 넘도록 잡지 못하던 패터슨이 2011년 10월 LA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같은 해 11월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동안 피해자 혈흔 형태, 용의자 주변 인물들의 증언, 새로운 수사 기법을 통해 패터슨이 범인임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패터슨이 한국으로 인도되면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