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와서 근로자로 일하는 중국동포들이 가을 하늘 아래 잔디밭으로 소풍 나와 모처럼 활짝 웃었다.

    2,500명의 중국동포들이 2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하나은행 원당축구장에서 열린 ‘한중사랑 가을소풍’을 즐겼다. 이날 참석한 중국 동포들은 수도권은 물론이고 경북 안동 등 전국에서 모인 약 2,500명. (사)한중사랑 및 동포체류지원센터, 한중사랑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올해로 벌써 11년째 열리는 것이다.

  • 행사를 시작하면서 서영희목사는 중국동포들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국 동포들은 어렸을 적 집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하고 성장했으나, 학교에 가면 ‘모택동 만세’라는 말을 제일 처음 듣고 자랐다. 중국에서 무료로 교육받기 때문에 내가 어느 나라사람인가 혼란을 겪기도 한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의 아들이기도 하고 중국의 아들이기도 하다. 한국이 낳아준 어머니이고, 중국은 길러준 아버지이다. 그렇지만,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이 자기들을 차갑게 대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는 중국사람이구나' 하고 느낀다.”


    서영희목사는 이어 “우리 할아버지도 일제시대 때 일본에 가서 갖은 설움을 받으면서 나그네로 일했던 기억이 있어서 동포들을 보면 남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중국동포들이 손꼽아 기다린 가을 잔치이다. 중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 들어와 3D업종에서 고생하면서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와 억눌렸던 감정을 터트리는 축제의 한마당. 익숙한 노래가 나올 때 마다 참가자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면서 기뻐했다.  

    중국 동포들은 공식행사에 이어, 하루 온 종일 자기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춤과 노래로 장기대회를 벌이고, 달리기, 보물찾기, 경품 추첨 등의 순서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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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행사를 주최한 (사)한중사랑 동포지원체류지원센터는 중국동포들이 처음 왔을 때 거쳐가야 하는 곳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 막 도착해서 일자리나 숙소를 얻기 전 동포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공간도 마련해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거주하는 동포는 130여명. 지난 한 해 이곳을 거쳐 간 동포는 무려 2만여명이나 된다.

    이상부 (사)한중사랑 이사장(아래 사진 왼쪽)이 설명하는 지원센터의 역할은 결코 작아 보이지 않았다.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월7만원의 비용으로 최장 6개월 동안 머물다 간다. 동포들 사이에는 한국가면 한중사랑에 가보라는 소문이 나 있다.”


     이 같은 역할 때문에 이 기관은 법무부 지정센터로 뽑혀 동포들의 비자연장, 무료진료, 심리검사, 임금중재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사)한중사랑은 12년전에 시작한 서영희 목사(사진 오른쪽)의 한중사랑교회가 모태가 돼서 태어났다. 서목사는 중학교 교사와 가정 주부로 지나다가, 뒤늦게 신학공부를 하고 12년 전에 중국동포 대상 목회활동을 시작했다. 서 목사는 중국 동포 대상 목회를 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 아이를 돌봐 줄 중국동포를 구했다. 마침 중국에서 17년 동안 교장 선생님을 하시던 여자 분을 소개받아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동포와 친분이 쌓였다. 이 교장선생님을 중심으로 한 두 명씩 모이다 보니 교회로 발전했다.”

    가리봉동에 있는 한중교회는 등록된 중국동포만 1만1천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의 김형언 실장은 동포들에 대한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달부터 타인의 이름으로 입국한 동포들에게 원래 이름을 밝히도록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했다.

    정부는 대상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들어온 자진신고 건수는 1,100여건 정도. 동포들 사이에서는 자진신고를 하면 다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김형언 실장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라올 것을 요청했다.

    “자진신고 하면 진짜 6개월 뒤에 나올 수 있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한국에 온 사람들이 자진신고를 해도 중국정부에 신고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절대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공안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니, 헛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부의 출입국 정책을 믿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