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브랜드스토리 전통시장사업단 장성규 PM
    ▲ (주)브랜드스토리 전통시장사업단 장성규 PM
    시장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전통적으로 시장을 장(場) 또는 장시(場市)·시상(市上) 등으로 불러왔는데, 이 말들은 주기적으로 약속된 곳에서 교역이 이뤄지던 장소를 지칭한다. 이는 곧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뜻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시장이란 단순히 경제 기능만이 아닌 사회·문화·정치·경제가 어우러진 삶의 총체적 마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통시장은 대개 집단주거지와 인접하고 교통이 용이한 장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게 되는데, 문명의 발달에 따라 도시계획 상 시장의 장소를 인위적으로 마련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를테면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그러한 예이고, 수원에는 18세기 정조시대에 수원 화성을 축조하며 화성의 남문(팔달문) 인근에 인위적 시장을 조성한 사례도 있다.
    이는 조선시대 이 전과 같이 성곽형태의 도시에서는 성곽을 통하는 관문에 인적, 물적 교통로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 팔달문시장은 단순히 유통을 위한 장소 구축이 아닌 조선후기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경제상황이 맞물리며, 조선조 최초의 계획 경제시장이 열린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정조를 위시한 실학자들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경제학자에 가까웠다. 수원 화성을 직접 설계한 정약용은 중농학파, 즉 농업을 통한 경제부흥을 이론화한 학파였으며, 박지원, 박제가와 같은 학자는 중상학파, 즉 상업의 장려를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실학의 한 분파였다. 

    최근 정부사업에 르네상스라는 말이 인용되곤 한다. 이는 서양 근세기의 문예부흥기와 같이 대한민국의 경제와 문화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말이 아닐까? 앞서 말한 정조시대 역시 조선조 문예부흥기이자 상업이 융성하던 시기이다.

    정조는 이를 위해 채제공, 박제가와 같은 개혁적인 경세이론가를 전격적으로 등용하였고, 그들의 이론을 통해 수원을 계획경제도시로 설계하였다. 그러는 한편, 명문 해남윤씨 집안을 수원으로 끌어들였다. 기존 수원 상인들에게도 금난전권의 폐지, 인삼전매권과 사업자금을 융통해 주었다.

    이는 오늘날의 정부정책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한 도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친다. SSM 의무휴일을 지정해 대형마트의 독과점을 막는가 하면, 온누리 상품권을 유통하거나, 또 영세 상인들을 위해 저금리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사업 등 지역 상권을 유지, 활성화 하는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서민들의 생계와 당대의 문화가 꽃피는 특별한 기반장소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각계각처에서 지속되고 있다.

    우선 낡은 시장의 건물들을 보수하고 시장 골목에 지붕을 씌우는 아케이트 사업. 방재, 방범 자동화 사업. 젊은이들의 전통시장 이용을 장려하는 1시장1대학 사업, 전통시장을 단순 유통의 기능이 아닌 문화와 관광의 장으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문화관광형사업 등등 법제적, 물적, 인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통시장 수는 해 마다 줄어들고, 매출액도 감소되고 있다. 정조는 수원에 화성을 짓고 남문을 팔달문이라 명명하였다. 즉 사통팔달의 요지로서 상업이 번성하라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사통팔달의 사통은 도통(道通 ; 길을 내고), 인통(人通  ; 인재를 불러 모아), 물통(物通 ; 물류를 유통하여), 문통(文通 ; 문화를 꽃피우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공하는 시장이 생성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여기에 있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길을 내거나 시설을 보수하는 지원 사업만으로 해결 될 수 없다.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전통시장을 흥미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하며, 무엇보다 시장의 주체인 시장상인이 바뀌어야 한다. 

    대형마트 앞에서 약자인 시장이 살 길은 이제 상인들의 단결뿐이다. 자유시장 경제란 자연계와 닮아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하게 마련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시장 역시  냉혹한 ‘적자생존’의 법칙 앞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강해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것이다.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사장이 될 수도 있다. 그 선택은 변화를 받아드리는 자세에 달려있다. SSM 의무휴일이나 협동조합기본법, 사회적기업 지원 방안 등 전통시장에 주어지는 기회는 지속되고 있다. 이 기회를 통해 더 강한 전통시장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제 그것은 시장상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