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밀한 개인 생활중에도 '숙박검열'
    뇌물로 '눈가리고 아옹', 무늬만 위법
    신준식 기자 /뉴포커스

    북한에서는 타지에서 숙박할 때 ‘숙박검열’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숙박검열이란 개인집에서 숙박을 하게 되는 사람들 중 숙박 등록 절차를 밟지 않거나 공민증 혹은 증명서가 없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다.

    대체로 늦은 밤에 이뤄지는 검열(예, 서른 채의 가구로 이뤄진 지역에 한사람이라도 숙박을 하게 되면 그 곳 전부를 조사함)은 그 지역을 안전부나 분주소 보안원들이 동원되어 실시된다.

    하지만 크게 염려할 일은 없다. 간혹 몰래 숙박하다 걸려 위법 행위자로 적발되더라도 뇌물만 주면 눈 감아 주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명목상 검열일 뿐 보안원들 배불리기에 그친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북한 정권은 특단의 조치로 보안원들의 담당 지역을 바꾸기도 하지만 실상은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력한 단속을 두려워하는 숙박검열에 적발될 대상자들은 지위가 있는 집은 검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보안원을 비롯한 보위부원, 군 간부 등의 집에 돈을 주고 숨는 일까지 생겼다.

    검열은 대개 김정일 생일(2월 16), 김일성 생일(4월 15일), 정전 협정 체결일(7월 27일), 청년절(8월 28일), 정부 수립일(9월 9일), 당 창건일(10월 10일) 등 특별 경비 주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도주자나 탈북자가 생겼다거나, 해당 지역에 특별 행사 등이 있을 경우에는 불시에 검열을 하기도 한다.

    더불어 회령, 무산, 온성 등의 국경지대는 도강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수시로 숙박검열을 실시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들만 있는 집은 인신매매로 간주돼 조사가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미 한번 적발됐던 거주지에 대해서는 집중 관리 대상이 되어 하루에 몇 번씩 검열을 받기도 하는데 특히 최근에는 탈북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국경일대에 삼엄한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숙박검열 또한 강화하는 추세다.

    탈북자 H 씨는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3대 범죄(마약, 매음, 밀수 또는 밀매)를 뿌리 뽑기 위해 밤마다 수시로 숙박검열을 진행한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검열까지 받는 이중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밤중에 예고없이 들이닥치곤 하는 숙박검열은 북한 인민들에게는 정말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특히 신혼부부나 부부 생활을 하는 가정집에 들이닥쳐 잠자리까지 보여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이와 더불어 양강도 소식통은 "밤에 친구의 집에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보안소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황당한 일까지 있었다"며 "도서검열, 전기검열, 초상화검열, 위생방역 검열 등 검열의 수도 수십가지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문을 두드리는지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숙박검열을 빌미로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를 뒤져봐도 북한만큼 심한 곳은 없을 것이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단 꿈마저도 검열당하는 북한 주민들이 과연 조국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꿈을 간직하고 살아갈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