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체코 합작 봉제공장에 파견한 근로자는 월 150달러를 받지만 자신이 손에 쥐는 돈은 3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아사히신문은 24일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의 임금 착취 실태를 특집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의 전 경공업부 책임지도원으로 2000년부터 3년간 체코에 있는 북한-체코 합작 봉제공장을 경영한 김태산(60) 씨가 "북한 근로자가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받는 월급의 10%도 안 된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여성 근로자가 받는 월급은 150달러 정도이다. 이 가운데 75∼80달러는 무조건 북한에 송금돼 국고로 들어간다.

    여기에 월 숙박비가 40달러 정도이고, 공수된 노동신문 구독료가 1달러, 평양에 있는 김일성 동상에 '국외 노동자 일동' 명목으로 바칠 꽃바구니 비용으로 2달러를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여성 근로자가 손에 쥐는 돈은 월 30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러시아에 파견된 벌목 근로자 역시 북한 당국에 돈을 뜯기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벌목 근로자의 월수입은 500달러 정도이지만 70% 이상을 북한 당국이 챙기고 숙박료와 식비로 10∼20%가 공제돼 실제 수입은 10∼20%인 50∼1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근로 조건이 열악하지만, 북한에는 외국 근무 희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교적 급료가 높은데다, 감시받는 부자유한 생활을 잘 참고 간부들에게 뇌물을 건네 건설 공사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3년에 1천 달러 정도를 버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현재 2천 달러 정도면 지방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파견 근로자를 대폭 늘렸다. 무역 등을 통한 외화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을 메우기 위해서다.

    북한의 작년 무역적자는 약 6억 3천만 달러였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로 무기 수출이 줄어든데다 지난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 준비를 위해 외화를 과도하게 지출했다.

    이 때문에 2009년 11월 달러당 100원(북한 화폐기준)이었던 환율이 지난 4월에는 4천150원으로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 파견된 근로자의 송금이 연간 수억 달러에 달해 광물자원과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 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 1∼3월에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 정도 늘어난 1만9천명의 북한 근로자가 노동 비자로 입국했다. 러시아와 중동에서 각 2만명 안팎, 몽골에서 3천명 안팎의 북한 근로자가 벌목장이나 각종 건설 공사장, 농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