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주가하락에 따른 시세차익 노리고 범행 대법원, “폭발위력 약해...폭발물 아닌 폭발성 있는 물건”
  • ▲ 지난해 5월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서 잇따라 터진 사제폭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해 5월 경찰이 사건현장을 감식하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5월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서 잇따라 터진 사제폭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해 5월 경찰이 사건현장을 감식하는 모습.ⓒ 연합뉴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사제폭탄을 터트렸더라도 실제 폭발의 위력이 약할 경우 폭발물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주가지수 하락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사제폭탄을 터트려 형법상 폭발물 사용죄로 기소된 김모 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폭발물 사용죄에서 말하는 폭발물이란 폭발의 위력으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및 공공의 안전과 평온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강한 파괴력을 가진 물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든 사제폭탄은 형법 제172조 제1항이 정한 ‘폭발성 있는 물건’에는 해당될 여지가 있지만 같은 법 제119조 제1항의 ‘폭발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3억원을 빌려 주식과 선물옵션 등에 투자했으나 손실을 보고 원금을 모두 잃었다. 빚독촉에 시달린 김씨는 풋옵션 상품에 투자한 뒤, 폭발물을 터트려 주가하락을 유도, 시세차익을 얻기위해 범행을 계획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5월 후배의 도움을 받아 부탄가스와 폭죽용 화약, 타이머 등을 준비해 사제폭탄 2개를 만들고, 박모씨를 시켜 서울역과 강남터미널 물품보관함에 폭탄을 설치해 터트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해 1심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폭발물을 설치해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이유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폭발의 위력이 크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 한 점”등을 들어 징역 4년으로 형을 낮췄다.

    형법 제119조 제1항은 폭발물을 사용해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해하거나 공안을 물란케 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 제172조 제1항은 ‘폭발성 있는 물건을 파열시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을 끼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실제 폭발의 위력이 사람의 신체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위해를 일으킬 정도의 강한 파괴력을 갖지 않는다면 형법상 ‘폭발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형법이 정하고 있는 ‘폭발물’ 및 ‘폭발성 있는 물건’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