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춘 회고록 표지ⓒ
    ▲ 이재춘 회고록 표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한나라당내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를 물리치고 당의 대선후보가 됨으로서 가능해젔지만, 당시의 경선이 불공정 했었음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당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의원과 당원의 총의에 의해 정해진 대선후보가  비당원들에 의한 인기투표로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불공정한 경선이기에 앞서 정당제도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당시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참여: 30%, 여론조사: 20%>를 모두 합한 총점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당규에 따라 투표결과를 집계한 결과, 박근혜는 대의원과 당원들을 대상으로한 투표에서는 이명박을 이겼지만 한나라당과 전혀 관계가 없는 국민참여와 여론조사에서,  특히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배함으로써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경선 규정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며 이것은 정당제도의 기본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라는 것은 '여론조작'의 성격이 매우 강한 것이고 넘쳐나는 여론조사기구나 회사에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리느냐와 직결되는 것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따라서 2007년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여론조사의 달인으로 알려졌던 최시중 당시 한국갤럽 회장의 역할로 승부가 뒤집혔다고 보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이길 수 있게 만들어준 최시중 회장을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평생의 은인으로 대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최시중 회장은 그런 대통령에게 무엇이든지 요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밖에 없는 존재였음이 분명하다. 

    엊그제 최시중 전 방통위 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된 것은 2007년의 불공정 경선 때부터 이미 잉태되었던 범죄가 빙산의 일각으로 나타난 것이며 사필귀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선후보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새누리당의 정몽준, 김문수, 이재오 등이 언필칭 '완전국민경선' 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은 경선을 하자는 것인지, 당을 깨자는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고, 야당의 대표대행이라는 사람까지 나서서 남의 당의 경선룰을 그렇게 바꾸라고 트집잡는 일을 하고 있으니, 더욱 혼란스럽다. 

    현재의 당규도 정당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임은 이미 언급하였거니와, 100%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뽑자고 한다면 왜 정당이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이것을 끝까지 주장한다면 차라리 당내 경선을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본선에 출마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당을 깨자는 말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을 오로지 '선거공학'에만 의지하여 눈가림으로 여론의 왜곡 또는 조작을 통해 일을 도모하겠다는 의도가 추호라도 있다면, 혹시 일시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할지라도 이는 제 2 제 3의 최시중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결국은 불행한 정권을 탄생 시킬 수밖에 없을 것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당정치의 원칙을 확실히 지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