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화할 때 한계 느껴"…이혜훈 "보고 사실과 다를 것""스타일 잘 파악한 측근을 주변에 포진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
  • 유승민 “쓴소리도 만나야 하는데 만나기는커녕 전화도 어렵다.”
    이혜훈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
    김종인 “박 위원장이 (최경환 의원과) 거리를 두고 확고한 방향 제시해야.”

    새누리당 친박(親朴)계 의원들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대성 김형태 파문’의 늑장 대처에는 일부 측근들과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스타일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인의 장막’에 갇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을 거론하며 "거리를 둬야 한다"는 강경 발언까지 쏟아냈다.

    새누리당의 친박(親朴) 유승민 의원은 20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 박 위원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했다. 유 의원은 '박 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도 했다.

  •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2일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2일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 연합뉴스

    유 의원은 "(앞으로) 박 위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도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쓴소리를 하니 박 위원장도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 의원은 지난 2월 박 위원장이 추진했던 당명(黨名) 개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당시 두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말이 있었다. 

    "쓴소리(하는 사람들)도 박 위원장을 만나야 하는데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하기도 어렵다. 내가 (당명 개정에) 반대하자 박 위원장이 전화해서 이해해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내가 다음 날 의총에서 반대했다."

    이혜훈 의원은 22일 "(김형태·문대성 당선자에 대해)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김·문 당선자 처리에 대해 '선(先) 사실관계 확인, 후(後) 조치' 입장을 일주일가량 지속하면서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자진탈당은 늦어졌다. 당내에서는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로 오만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이 잘못된 보고를 받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김형태 당선자의 경우) 음성파일의 목소리가 동일인이라는 보도가 나오니깐 (박 위원장이) 곧바로 처리했다. 그걸 보면 애당초 폭로 내용에 대해 '거짓 또는 음해'라는 보고를 받은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했다.

    ◆ 김종인 "박근혜, 최경환과 거리 둬야"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대선을 위해서라는 단서도 붙였다. "박 위원장이 거리를 두고, 확고한 방향을 제시해 쓸데없는 잡음이 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최근 '경제민주화'에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당헌개정을 통해 '경제민주화'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 ▲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박근혜 위원장은 최경환 위원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최근 와서 친박계, 특히 박 위원장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라고 하는 사람이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약간의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둥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그 사람(최경환 의원)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장을 빙자한 친기업주의적인 사고를 갖는 사람들이 지금 계속해서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비판적인 발언들을 하고 있다 그런 발언들이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절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 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유승민·이혜훈 의원과 이른바 '경제민주화'을 주장하는 김 비대위원의 '내부비판'에 대해 친박계는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으나 공감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특히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대화채널'을 다양화 해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스타일이 직접 화법 같은 것이 아니다 보니 측근들이 주변에서 보좌하면서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자신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는 측근들을 주변에 포진시킬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한 친박 의원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처럼 '내부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데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금 비판은 너무 나간면이 있다. 박 위원장 주변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박 위원장도 여러 의견을 들으며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