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론'에 뭇매…"싱거운 경선보다 본선에 도움""경선 '상처' 불가피…'피로감' 누적될 수도" 우려
  • 새누리당의 대권레이스에 불이 붙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체제를 저지하기 위한 ‘비박(非朴)’ 주자들이 가세하면서다. 그 첫 스타트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끊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2일 “막연한 대세론을 가지고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근혜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박 위원장과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우 차별화 되어 있다. 그 차별성을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는 “본인이 꼭 대선에 나간다는 얘긴지,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 ▲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문수 경기지사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지사의 선언에 따라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본격 궤도에 올랐다.

    정몽준 전 대표도 수일 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고, 이재오 의원도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정운찬 전 총리도 새누리당 경선 참여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싱거운 경선보다, 치열한 편이 본선에 도움"

    박 위원장 측은 긴장하면서도 오히려 잘됐다는 분위기가 많다. 당내 경선이 일방적으로 싱겁게 끝나는 것 보다는 치열하게 치러지는 편이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데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당 일각에서는 '새 인물'을 영입해서라도 경선에서 흥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핵심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대권주자군이 형성돼 있지만 우리는 확실한 주자가 적었다"면서 "박 위원장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아 다른 주자들이 주저하는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우리가 가만히 있는 사람을 흔들어서 경선에 나오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는가. 나온다고 하니까, 공정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흥행 측면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대선 출마가 유력시 되는 비박주자들. 왼쪽부터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이재오 전 특임장관.  ⓒ 연합뉴스
    ▲ 대선 출마가 유력시 되는 비박주자들. 왼쪽부터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이재오 전 특임장관. ⓒ 연합뉴스

    친박계 관계자도 "박 위원장이야 이미 지난 2007년 경선을 거치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지만 본선에서 논란이 이는 것보다 예선에서 확실한 검증을 거치며 국민 감동을 주는 편이 아무래도 낫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안도감'도 감지된다. 총선이 끝난지 채 일주일도 안돼 이상돈 비대위원이 '박근혜 추대론'에 불을 지피면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당시 이 비대위원은 "박근혜 위원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이 진두지휘한 총선에서 대승한 만큼 경선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였다.

    이에 정몽준 전 대표 측에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정 전 대표 측 안효대 의원은 "박 위원장이 대통령에 이미 당선된 듯 떠드는 것 자체가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이라고 맹비난했다.

    ◆ 경선 '상처' 불가피…후보 '피로감' 누적될 수도

    반면에 '경선'이 박 위원장에게 무조건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자칫 과열될 경우 예선에서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이학재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으레 박 위원장에게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많은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경쟁력은 박 위원장이 크지만 (저쪽에서) 차별점을 부각시키지 않겠나"고 말했다. 

  • ▲ 김문수 지사의 대권 출마 선언으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된 박근혜 비대위원장. ⓒ 연합뉴스
    ▲ 김문수 지사의 대권 출마 선언으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된 박근혜 비대위원장. ⓒ 연합뉴스

    우선 경선이 이뤄지면 후보가 상처를 입는게 불가피하다. 2007년 경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은 '혈전'을 벌였다. 서로를 향해 '투기꾼' '유훈정치' 라는 도를 넘은 비방을 쏟아내며 본선에 안착하기도 전에 후보들은 누더기가 됐다.

    당 관계자는 "흥행 실패보다 걱정되는 건 후보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민투표, 재보선, 총선까지 선거가 잇따랐다. 또 총선과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는 일일이 꼽기 어려울만큼 이뤄지면서 유권자들에게 '전화 공포'를 심어주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도 "박 위원장이 '새 얼굴'도 아니고 이미 당은 '박근혜당'이 된 상황에서 경선을 치르면 결국은 질릴 수가 있다.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