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승범 교수팀, 새로운 ‘표적단백질’ 규명법 찾아내신약개발 최대 난제, ‘표적단백질’ 확인...효율성, 정확도 모두 개선
  • ▲ 서울대 박승범 교수.ⓒ
    ▲ 서울대 박승범 교수.ⓒ

    국내연구진이 신약개발의 가장 큰 난제인 ‘표적단백질’을 정확히 찾아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교과부는 서울대 화학부 박승범 교수팀이 표적단백질을 확인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함으로써 신약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20일 밝혔다.

    신약개발은 성공시 엄청난 부가가치에도 불구, 천문학적인 연구비용과 수십년에 걸친 연구기간, 낮은 성공가능성과 예기치 못한 부작용 등으로 일부 한정된 다국적 글로벌 제약사가 세계시장을 독차지해 왔다.

    신약개발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질병에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이는 ‘생리활성 저분자 물질(신약 후보물질)’이 있어도 이것이 몸 안에서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는지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신약개발의 핵심은 ‘신약 후보물질’에 대응하는 ‘표적단백질’을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놓고도 이것이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 그 원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신약개발에 실패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 표적단백질 판단을 잘못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표적단백질 확인에 이용되는 방법은 세포를 분해한 뒤, 무작위로 섞여 있는 단백질 혼합용액에서 질량분석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과 강하게 붙어있는 다수의 단백질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가 있다. 세포를 분해하면 정상세포 안에 있던 단백질 네트워크가 파괴돼, 정확한 표적단백질을 찾아내는 것이 그 만큼 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질량분석으로 후보물질과 강하게 붙어있는 단백질들을 분리해도 그 안에 실제 표적단백질이 없는 경우도 많아 효율과 신뢰도가 모두 낮은 방법이다.

  • ▲ '안게반떼 케미'에 게제된 박 교수의 논문 표지 그림. 세포안에 직접 들어가 작살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듯이 생리활성 저분자 물질과 표적단백질을 고정해 추적하는 방법(FITGE)을 표현.ⓒ
    ▲ '안게반떼 케미'에 게제된 박 교수의 논문 표지 그림. 세포안에 직접 들어가 작살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듯이 생리활성 저분자 물질과 표적단백질을 고정해 추적하는 방법(FITGE)을 표현.ⓒ

    박 교수팀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세포를 분해하지 않고 세포안으로 직접 들어가 작살과 같은 갈고리로 표적단백질을 낚아채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빛을 받으면 특정한 색깔을 내는 광반응성 물질에 주목했다. 광반응성 물질을 섞은 신약 후보물질을 세포 안에 주입한 뒤, 빛을 쪼여 후보물질과 결합하는 표적단백질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특히 후보물질과 정확히 결합한 표적단백질은 붉은색을 띠도록 해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항암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표적단백질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실험 성공 후 이 방법을 ‘FITGE(Fluorescence difference in two-dimensional gel electrophoresis)’라 명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개발한 FITGE 방법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이 생체내에서 작용하는 기작을 밝힘으로서 신약개발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분야 최고 권위지인 ‘안게반테 케미(Angewan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에 표지논문으로 선정, 4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