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의원 뒤이어 탈북여성 이애란 박사 단식행렬 동참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촉구' 촛불 문화제, 시민 발걸음 이어져
  • ▲ 지난 9일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  ⓒ 뉴데일리
    ▲ 지난 9일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에서 열린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 ⓒ 뉴데일리

    가녀린 여성이 불꽃을 피웠다. 아직까지는 작은 '촛불'에 지나지 않지만 중국대사관 앞을 환하게 밝힐 '횃불'이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하는 단식 투쟁을 벌이다 쓰러진지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달 8일 선양(瀋陽)에서 중국 공안에게 붙잡힌 탈북자 31명이 강제 북송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고 딱 한 달만이다.    

    그동안 새누리당 의원들도 '릴레이 형식'으로 단식 투쟁에 동참했다.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만 목소리를 높였던 민주통합당도 김부겸 의원을 중심으로 '탈북자 강제북송 관련 특위' 구성이 논의되고 있다.

    또 박 의원의 뜻을 이은 '2기 단식팀'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2번씩(오후 2시, 7시) 열리는 '강제북송 중단 촉구' 촛불 문화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10일 오후 7시에도 촛불 문화제는 어김없이 열렸다. 참가한 인원은 45명 남짓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누구나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하며,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며 "외국에선 오히려 탈북 문제가 점점 이슈화 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선 관심 밖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 중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한 남성이 눈에 띈다.  ⓒ 뉴데일리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 중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한 남성이 눈에 띈다. ⓒ 뉴데일리

    갓난 아기와 함께 촛불을 든 한 남성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고 논의해야 하는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잠잠한 것 같다"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추운 날씨에 아기는 왜 데리고 왔느냐'는 질문에 "인원수를 한 명이라도 더 늘려야 할 것 같아서 데리고 나왔다"며 "우리 아이도 한 명의 인간이고 생명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날 오후 중국대사관 앞 농성장에 잠시 들린 박선영 의원은 단식 16일째를 맞이한 탈북여성 이애란 박사를 응원했다. 박 의원의 뒤를 이어 바톤을 건네 받은 이 박사를 비롯, 4명이 단식투쟁에 동참했다. 

    단식투쟁으로 국내외에 탈북자 인권 문제를 널리 알린 박 의원은 지난 2일 탈수 증세로 쓰러졌다 간신히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박 의원의 '거룩한 행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로 날아가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외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 탈북 문제 해결을 호소하기 위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 안형환 의원과 함께 10일 스위스 제네바로 출발했다.

    야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과 조국, 진중권 교수 등 대표적인 좌파 논객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 ▲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방침에 항의, 16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애란 박사.  ⓒ 뉴데일리
    ▲ 중국대사관 건너편 옥인교회 앞에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방침에 항의, 16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애란 박사. ⓒ 뉴데일리

    중국의 '강제북송 중지'는 한반도 통일과 연관된 문제다.

    지난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동독을 탈출하는 독일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비롯됐다.

    당시 동독을 탈출한 주민들은 서독으로 넘어가가기 위해서 주변 국가인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로 넘어갔다. 서독의 헬무트 콜 수상은 헝가리와 교섭해 탈출하는 동독인들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헝가리와 동독사이에 있던 협정이 깨지면서 동독인들이 물밀듯이 헝가리로 갔고 자연스럽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현재 중국과 한국, 북한의 관계는 당시 헝가리와 서독, 동독과 비슷하다.

    제네바 국제회의에는 북한 대표와 중국대표도 참석한다.

    박 의원의 비자 신청마저 거절한 중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다.

    또 한국에서 온 '작은 체구'의 여성이 외치는 소리에 각국 대표단이 얼마나 귀를 기울여줄지도 미지수.

    하지만 1933년 이승만 전 대통령도 스위스 제네바 국제연맹회의에 참석, 연설을 시도했으나 보기 좋게 문전박대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절절한 호소'는 스위스 언론은 물론 세계 각국의 언론에 대서특필 되면서 국제적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교훈 삼아 부디 박 의원도 촛불을 횃불로 바꾸는 빅뉴스를 한국에 전했으면 한다. 

    한편 본지 김태민 기자도 박 의원과 동행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관한 현장감 있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타전할 예정이다. 김 기자는 지난달 21일 박 의원이 단식 농성을 시작하던 날부터 국내 언론 최초로 24시간 동행 취재를 해왔다. 

    글/사진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