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그리고 정부의 권위가 회복되어야
  • ▲ 이재춘 전 주러시아 한국대사 회고록 표지ⓒ
    ▲ 이재춘 전 주러시아 한국대사 회고록 표지ⓒ

    김정일이 죽은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밖으로 드러난 그들의 모습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와 조금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 지난 해 12월 29일 김정일에 대한 중앙추도대회에서 김영남이 “세계적인 군사강국이며 당당한 핵보유국”임을 천명한 것이라던가, 신년 공동사설로 내외에 밝힌 '유훈통치' '선군정치' 등 슬로건을 주목해 본다면,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게 되는 올해 중에 그들의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대남 대결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중국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미국에 대하여는 핵이라는 카드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6자회담이라는 것은 북한에게 있어 '꽃놀이패'만 될 뿐 비핵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이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능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6자회담을 그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장으로서 활용하려고 안간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우리로선 답답하기 이룰 데 없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년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한-미-중-러 4개국 공히 정부가 바뀌는 해이다. 이들은 한반도 문제에 신경을 쓸 여유가 많지 않다. 중국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특히 미국의 경우 대선이 있는 해에 대외정책에 많은 혼란과 파행이 있어왔음을 경험해온 우리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어떠한가? 용의 해라 하여 많은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2012년을 맞이 했지만,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현기증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누구나가 금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운을 가름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은 공감해왔는데 이렇게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치를 위시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이 서로 멱살 잡고 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처음부터 서로가 원수지간이라면 싸우는 것이 당연하지만 반드시 그런것 같지가 않다. 

    여권 내부에서부터 티격태격 싸우는가 했더니 보수진영이 몇 개로 갈라지면서 서로 다투고 이른바 한나라당 비대위라는 곳에서도 서로 다투고 있다. 이른바 돈봉투사건으로 불의와 부정을 가려내야 한다는 압도적인 여론의 흐름은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은 당 동료의원들간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공방이 오고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야당내부에서도 죽기살기로 싸우는 모습은 가히 가관이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싸우는 바람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전교조와 학부모간의 대립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저축은행의 부정비리 사건으로 인한 선량한 시민들과 금융기관의 사기전문가들과의  싸움, 그리고  그 피해와 고통은 어떠한가? 중고등학교 핵생들간의 폭력과 이로 인한 자살사건의 확산은 또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인가? 

    이 몇가지 사례를 가지고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 한국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토마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원시사회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문제가 아니다. 개인소득 2만3천불을 넘어서 21세기에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대한민국이 더 큰 문제이다. 왜냐 하면 모든 국민이 서로 싸우는 곳에 자멸 이외에 남는 것이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하루 빨리 질서를 회복하여야 한다. 

    무엇으로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가? 법치 그리고 정부의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 정부의 권위는 도덕성과 정직함의 뒷받침이 없이는 세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나, 정부의 2인자라고 하는 국회의장 같은 분들한데 이런 것들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어찌하랴. 이 나라가 지금까지 망하지 않도록 지켜주신 하나님이 계속해서 이 나라와 이 백성에게 인자와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소원하며 기도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