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해독제'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와 다른 보편적 가치
  • “자유주의를 놓고 보수파는 냉전 반공주의로, 진보파는 친미적 부르주아 이념으로 이해했다.“

    최장집(68) 고려대 명예교수는 2일 ‘한국정치학회’ 연례 학술대회를 통해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 ‘反자유주의 경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 최 교수는 “한국은 처음부터 민주주의였고 자유주의였다”며 “민주주의가 정치적 실천을 통해 보편 이념으로 자리 잡은 반면 자유주의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는 이상과 목표를 과도하게 높이 설정하고 전체주의 경향으로 빠질 수 있다”며 “자유주의가 이를 발전시키는데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고 해독제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주의는 현존하는 정치 이념 중 가장 보편적 이념으로 우리 사회에 적극 수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중학교 역사교과서 개정을 둘러싼 ‘자유민주주의’ 논쟁에 시사하는 바가 커 관심을 끌고 있다.

    최 교수는 '자유주의'를 설명하며 “자유주의의 핵심은 개인주의에 입각해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로크, 몽테스키외 등 대표적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자유무역원리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자유주의’를 ‘신자유주의’로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민중주의에 대해서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범위를 훨씬 넘어 관념화되고 추상화된 어떤 이상주의적 도덕주의적인 체제”라고 비판했다.

    '진보학계의 거목'인 최장집 교수는 '온건한 진보'라 불리기를 원하지만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는다.

    김대중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던 지난 98년, ‘월간조선’과 ‘조선일보’가 최 교수의 논문에 실린 일부 문구를 인용해 그를 ‘친북적 전쟁관을 갖고 있다’며 공격했다. 이 사건은 이후 안티조선운동을 촉발했고 최 교수는 전면전을 벌였다.

    최 교수는 과거 ‘촛불 정국’에서 진보좌파 지식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대의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한국 사회의 진보는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제도적 틀인 정당을 중심으로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진보 학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학술 심포지언인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론’에서는 ‘엘리트주의’, ‘제도권 정치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최 교수는 한미FTA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제는 물론 민주주의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하는 신자유주의적 비전의 최종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