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복지정책의 방향, 정치적 논쟁과 마주하기
    윤영미 /한양대학교 행정학과[한국선진화포럼 8기 홍보대사]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뉴욕 주코티 공원은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는 반(反)월가 시위대의 과격행위로 무법천지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에선 긴축 재정에 대한 반대 시위가, 시리아와 예멘 등지에는 최근까지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분노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국제공동행동의 날엔 월가시위의 정신을 계승하며 ‘Occupy시위’에 동참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외쳤다. 지역도 주장도 다르지만 이 모든 분노의 공통점은 저성장, 양극화 그리고 청년실업이다.

      불황에는 좀도둑이 늘고, 실업률이 높으면 폭동발생위험이 급증한다고 한다. 경기침체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희망을 잃게 한다. 참다못한 미국시민은 거리로 뛰쳐나와 99%의 반란을 꿈꿨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도권 안에서 복지열풍이 나라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별명을 얻은 전통적인 여당의 표밭 분당에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손학규 후보가 당선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편적복지의 상징인 무상급식에 반대하다 국민투표에 의해 스스로 시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성장일변도의 사회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었던 사회는 복지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자본주의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운용했다간 규모의 경제로 인해 독점기업의 횡포, 소득분배의 격차가 발생한다. 복지도 결코 완벽하지 않다. 선한의도로 정부가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선하지 않은 결과를 일으킨 사례는 무수히 많다. 프랑스의 로베스피에르 정권은 프랑스 시민 모두가 우유만큼은 마음껏 마시게 하겠다는 목표로 우유 값을 절반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우유생산업자들의 채산성의 악화를 가져왔고 생산은 중단됐다. 정부가 이 모든 정책을 백지화하기 전까지. 결국 성장도 복지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양 극단을 지양하고 그 사회에 적합한 균형점을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복지논쟁은 석연찮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름만 다른 비슷한 복지정책을 주장했다. 복지의 시작과 끝에 대한 고민과 설득 없이 유토피아적인 약속만을 하는 듯했다.

      복지의 시작은 국민의 세금이다. 복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짜 선물이 아니라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혈세라는 불편한 진실을 정치인들은 정치적 공론화해야 한다.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을 통해 세금이 쓰일 정책에 대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복지정책안이 재원조달계획과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신규 의무지출에 대한 재원마련 대책을 의무화한 원칙(PAYGO)'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이런 과정을 통해 다수의 지지를 얻은 복지정책은 깨끗이 승복해 효율적인 정책집행을 돕는 과정 또한 민주주의의 공고화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복지의 끝은 집행이다. 지난 2010년 복지 부정 수급액은 3849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자원에서 복지급여를 횡령하는 사건도 많아 복지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복지 예산은 증가해도 복지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복지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 역시 복지논쟁이 연장선상에서 해야 할 몫이다. 복지의 누수를 줄이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근로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방향으로 실행된다면 성장과 복지는 더 이상 대척점에 있지 않다.

      복지사회로의 길, 어떻게 갈 것인가? 자극적인 선심성 공약을 넘어서 그 시작과 끝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포퓰리즘 정책, 부자 정책이라는 비방은 더 이상 해답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례토론회와 같은 자리가 앞으로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