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EMO 보고서가 도미노가 되었으면
  • ▲ 이재춘 전 주러시아대사 회고록 책 표지ⓒ
    ▲ 이재춘 전 주러시아대사 회고록 책 표지ⓒ

    러시아의  국책연구기관인 경제 국제관계연구소[IMEMO]가 최근발간한 <2030 전략적 세계전망> 특별보고서가 요즈음 화제가 되고있다. 

    이 보고서 중 한반도 정세전망에 담겨있는 '북한붕괴론'은 북한문제에 관하여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북한이 수백만명의 아사자를 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개발을 시작한 80년대 후반부터 문명국가들의 많은 학자나 연구기관들이 조심스럽게  북한의 체제붕괴나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가능성을 제기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북한이 백성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능력조차 없을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그렇게 반대해온  핵무장을 강행함으로써 고립을 자초하고 심화시키고 있으니 그런 나라가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도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만 인접국으로서 국가적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북한 붕괴론'은 금기에 속한 분야였음도 분명하다.

    필자가 10년전에 러시아에서 근무할 때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지만, 사견으로라도 그런 견해를 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미-소 양진영간의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던 88 서울올림픽에 소련의 참가를 정부에 건의 했던 곳이 바로 IMEMO 였고, 90년의 한-소 수교도 IMEMO의 정책건의로 비롯된것 임을 보더라도 러시아의 중요외교정책의 변화에는 언제나 IMEMO의 사전정지작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앞으로 러시아의 대 한반도 정책방향은 북한의 붕괴를 기정사실로 전제하는 바탕위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가 한국 주도의 통일한국이 “아-태지역에서의 러시아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러시아는 믿음직한 파트너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낸 것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 중에는 유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대부분 인데 이번 IMEMO의 입장선회를 계기로 전문가들간의 논의가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북한의 붕괴를 어떠한 경우에도 상정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물론이고 학자나 전문가 들도 공개적으로는 물론이고 사견으로도 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중국이 이처럼 경직된 입장을 견지하는 한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중간의 전략적협의다, 협력동반자다, 6자회담이다 등등 다양한 대화체제가 사실은 중국의 경직된 자세를 다소라도 완화 시켜 보려는 포기할 수 없는 일관된 우리의 노력임은 분명하지만, 노력하는 것 만큼 성과가 없으니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이 언제까지 요지부동의 자세를 견지해 나갈 수 있을까? 10년? 30년? 아니면 50년?
    중국도 철옹성이 아니고 국제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있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고 본다면, 무너저 내리는 북한을 언제까지 껴안고 갈 수 있겠는가? 중국도 조만간 어떻게 해야할 지 이해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냉전이 종식되었다고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냉전상태는 그대로 엄존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대남대결정책이 불변인 것이 그 주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대체로 동일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히 이것을  북방 3각관계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라는 다리 하나가  북-중이라는 두다리와 다른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통일한국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중국에 대하여는 적은 손실은 있겠지만, 엄청난 득이 있을 것이니 소탐대실 하지말라고 조언 해 주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려면 국제사회가 그리고 우리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이다  한-러 가스관연결이다 등등 대중영합적인 허황된 생각을 접어두고, 20년 30년후의 통일한국에 대비한 청사진을 미리미리 차분하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